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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폐하께서 내리신 물품이라는 게 이거야?”

귀한 진주로 만든 목걸이와 산호 머리 장식을 보고 체체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모양 좋고 가냘픈 눈은 짙은 속눈썹 아래서 매우 아름다웠다. 시비는 내심 감탄했다. 사실 오늘의 책봉식에서 사란체체그 비의 미모는 매우 눈에 띄었다.

“예, 마마. 그리고 고드름 소금 열 자루와 무소의 뿔, 더해서 비단 두 필을 내리셨습니다.”

“어머나, 비단을.”

비단은 제국에서 나지 않는다. 체체그는 감탄하며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그녀에게 내려진 천막은 크고 문의 조각도 화려했다. 그녀는 손꼽히는 부유한 부족 출신이었지만, 황궁은 그녀가 친정에서 사용하던 방에 비해서도 대단히 호화로웠다.

천막의 중앙에 둔 정교한 화로니 벽과 바닥을 덮은 훌륭한 양탄자를 보며 붉은 입술을 벌리던 체체그는 문득 시비에게 물었다.

“폐하는 언제 뵐 수 있지?”

시비는 고개를 조아렸다.

“소인은 모르옵니다, 마마. 그것은 폐하께서 원하시는 바에 따라 다릅니다.”

그 말에 체체그의 눈썹이 약간 올라갔다. 시비는 조마조마해져 하문을 기다렸다. 체체그는 산호 머리 장식을 보며 점점 더 눈을 찌푸렸다.

“책봉례에도 결국은 안 오셨잖아. 누가 뭐래도 폐하의 부인이 들어오는 자리였는데.”

시비는 맞장구를 쳐야 하는지 아닌지 고민하다가 도박을 했다.

“예, 마마.”

“빈은 그렇다 쳐. 어차피 그 애들은 폐하와 각 부족의 연결을 상징하기 위해 온 것뿐이니까. 하지만 열세 명의 비는 정말로 폐하의 아내이고, 아이를 낳는다면 충분히 황후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는데. 내 쪽에서 뵈러 갈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지?”

다행히 대답을 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음 질문은 대답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었다. 시비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예, 마마. 후궁의 구성원은 폐하의 처소에 스스로 다가갈 수 없는지라…….”

“그건 당연하지. 다른 방법이 없어? 폐하께선 신 앞에서 모든 부인을 사랑하셔야 하니, 이대로 그냥 두시지는 않겠지만.”

“……예, 마마.”

시비는 조금 바보가 된 기분으로 초조해했다. 사란체체그 비는 생긴 것은 참으로 얌전한데, 말이 계속될수록 대단한 성격인 것을 알겠다. 물론 혼인식에 남편이 얼굴도 비추지 않았으니 자존심이 상한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혹시 배속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

“폐하께선 후궁에 언제 오시지? 아, 이전에는 비빈이 없었나?”

이번에는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었다. 시비는 자세히 대답했다.

“폐하의 부인은 알탄사르날 황후 마마 한 분뿐이시고, 제위를 받으시기 이전에도 그러하셨습니다.”

“그러면 그때는 처소를 함께 쓰셨나?”

“예, 마마. 폐하께서 제위를 받으시기 이전에는 한 천막을 쓰셨습니다.”

“참고가 되는 것이 없네.”

체체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정말로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잠시 후 체체그가 장 위의 비단으로 시선을 돌리자 시비는 슬쩍 안도했다. 체체그는 비단의 색과 무늬를 보고는 그 옆에 놓인 무소의 뿔을 가리켰다.

“저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이지?”

사란체체그 비의 친정은 적어도 산양이나 야크를 키우는 곳은 아닌 모양이다. 시비는 눈을 굴리며 설명했다.

“예, 마마. 속을 파서 잔으로 쓰실 수도 있고, 펴서 장신구를 만드실 수도 있지요.”

“그래? 그러면 장신구는 궁에서 만드는 건가?”

“예, 마마. 공방이 있습니다.”

“그러면.”

체체그는 아름다운 눈을 잠시 천장으로 올렸다가, 단호하게 내리고 명령했다.

“가져가서 옷과 허리띠 장식을 만들어 와. 머리에 저 산호를 달 수 있도록 머리끈도 만들고.”

새 황제가 제국의 모든 부족에서 비빈을 맞아들인 것은 순수하게 정치적인 목적에서였고 조건이 비슷한 경쟁자는 많았다. 그러나 황제도 남자이니 아름답게 치장한 미녀의 가치는 알아볼 것이다.

결혼식에 얼굴조차 비치지 않은 남편이라니, 아무리 남편이 대단한 부족 출신이라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궁 생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경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은 있다. 열심히만 한다면. 체체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빙긋 웃었다.



“참 이상한 곳도 다 있구나.”

나란게렐은 그녀가 배정받은 천막의 앞에 서서 주변의 담을 이상하게 둘러보았다.

그녀에게 주어진 천막은 그녀의 친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쓰던 것보다 컸고 서까래 하나하나까지 오색으로 호화로웠다. 나무로 만든 문에 새겨진 조각도 분명 솜씨가 뛰어난 장인의 것이었다. 게다가 안에 풍성하게 깔린 양탄자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비단까지. ……친정에서부터 가져온 혼수품은 분명 몇 년이나 공들여 준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궁의 물건 앞에서는 초라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각 비빈의 천막은 기다란 담장으로 서로 격리되어 하늘을 자르고 있었다. 들어오는 길에 주워들은 바로는 후궁은 황제의 천막과 가깝게 지어진 커다란 하나의 구역이며, 모든 여인은 각자의 천막에서 자유로이 생활하되 후궁의 담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모양이었다.

나란게렐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비를 돌아보았다. 시비는 나란게렐이 가져온 말을 뜰에 묶어 두고는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는데, 말이 없어도 정직해 보이는 얼굴이라 마음에 들었다.

“넌 이름이 뭐니?”

“예, 마마. 시내입니다.”

시비는 얌전하게 대답했다. 나란게렐은 담장을 가리켰다.

“저건 왜 있는 거야?”

시내는 당황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목(移牧)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저러한 담장은 잘 보지 못한다.

“예, 마마. 후궁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왜? 늑대라도 나타나?”

“아니요, 마마. 외부의 남성들로부터 폐하의 여인들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그래?”

나란게렐은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벽은 분명 길고 견고했지만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넘지 못할 정도로 높지는 않았다. 정 누군가 들어오고 싶다면 문을 통해 들어오면 그만이고. 그러므로 저 담장을 보고 있자면, 보호받는 기분보다는…….

“갇힌 기분인데.”

심지어 후궁은 아까 들어오면서 보니 격자 모양의 구조였다. 황후와 태후의 처소는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고 그 부근을 비의 처소가 두르고, 가장 바깥에는 빈의 처소가 위치했다는 모양이었다. 비교적 바깥쪽에 위치한 이곳조차 이렇게나 벌써 답답한데, 안쪽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숨이 막힐까. 결혼했다는 실감이 나기보다는 수인(囚人)이 된 듯한 기분이다. 하기야 아까 가례를 올릴 때도 같은 입장인 여자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

나란게렐의 말은 혼잣말 같은 것이었으므로 시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란게렐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담장 너머로 보이는 몇 개의 다른 천막을 흘긋거렸다. 이제 이웃이 될 사람들인데, 그들과는 또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별문제 없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친절하고 다정한 남편과 오순도순 사는 것을 꿈꾼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된 바에야 친구를 사귀며 시간과 함께 사는 것도…….

아, 상상하니 문득 울컥하며 답답해졌다. 이런 담장 안에서 계속 산다니, 생각만 해도 몹시 싫었다. 사람과 말은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것이므로.

“안 되겠다. 시내야, 내 말을 다시 데려와 줄래?”

아직 옷은 혼례복이지만 머리에 썼던 깃털 장식 관은 벗었으므로 말을 탈 수 있다. 나란게렐의 말에 시내는 처음으로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마, 아직 혼례 첫날이시온데.”

“혼례 첫날에 신부가 방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야, 보러 온 사람들이 있을 때 이야기지. 신랑도 안 온 혼례인데 뭐.”

원래대로라면 시집가는 신부는 이레에 가까운 기간 동안 대단한 연회의 주인공이 된다. 오늘 새 황제의 후궁이 된 여인들이 받은 것은 황제의 알량한 예물이니 태후와 황후가 하사하는 것이라는 과자 정도였다. 처음부터 황궁 생활에 대단한 동경을 가진 일이 없었으므로 슬프지는 않았지만, 실망한 마음이 없었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아무튼 일생에 한 번뿐인 혼인식인데.

나란게렐은 시내가 당혹한 얼굴을 하자 직접 움직였다. 그녀의 머리에 쓴 구슬 모자가 흔들렸다. 어머니는 딸이 황궁으로 시집을 가서 이런 대우를 받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이 모자를 만들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란게렐의 말인 아리용사나는 주인이 다가오자 반갑게 콧김을 내뿜었다. 아까 보니 말뿐 아니라 낙타를 가져온 부족도 있었다. 명목은 혼수로 데려온 것이지만 사실 각 후궁의 친구로 이 사각형의 담장 안에서 같이 살아가야 할 모양이다. 나란게렐은 아리용사나의 갈기를 쓰다듬고 묶인 매듭을 풀었다.

“같이 나갈까? 아리용사나.”

친정에서 황궁까지 오랜 시간을 걸어오면서도 아리용사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고집이 세지만 참을성도 세다. 이곳에 온 다음에는 시녀장인가 하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교육을 받느라 며칠 말을 혼자 두었는데, 이제 같이 나갈 짬이 드디어 난 건지도 모른다.

푸르르. 아리용사나는 큰 눈을 깜박였다. 좋은 모양이었다. 나란게렐은 시내에게 말했다.

“안장을 가져다줘. 나갔다 올게.”

“저, 마마. 해가 지면 후궁의 문은 닫는지라…….”

“해 지기 전에 돌아올게. 잠깐 풀 좀 먹이고 오는 거야.”

세상에, 정말로 갇힌 기분이다. 친정에서도 물론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긴 했지만 저런 담으로 바깥과 격리된다고 하니 느낌이 다르다. 시내는 주인의 얼굴을 보고는 순순히 안장과 채찍을 가져다주었다.

시내가 가져온 안장은 혼수품으로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라 아리용사나에게 꼭 맞았다. 나란게렐은 민첩하게 뱃대끈을 조이고 발판에 발을 올렸다. 그리고 빙글 돌아 우아하게 말에 올랐다.

“마마, 그러시면 저녁 식사는…….”

“입맛 없어.”

“저녁에는 배가 고프실 텐데.”

“아까 과자 남은 거 있으니까 그거 먹을게. 그럼 다녀온다?”

그러고 보니 마음대로 말 타고 나돌아 다니지 말라든가 그런 말을 친정에서 들었던 것도 같지만, 그건 역시 지금의 상황을 짐작하지 못하고 나온 말이다. 나란게렐은 속으로 혀를 차고 말의 배를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