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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너스 레퀴엠 1권(7화)
04. 일주일간의 휴가 그리고 다짐(1)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4월 4일 16:50
대한민국은 북한을 흡수 통일하며 경제난을 비롯해 많은 내, 외부 갈등과 문제들을 겪었지만 재기하는데 성공했고 그 노력을 밑거름으로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성장해 나갔다.
그로부터 몇 세기가 지난 27세기. 대한민국의 혈맹국이자 초강대국인 미합중국은 자신의 영향권을 벗어나 초강대국으로 성장해 나가는 한국을 경계했고 한국 측에 국가적 차원의 피해를 주기도 했다.
그 탓에 한국과 미국은 혈맹국이자 우방국인 끈끈한 관계가 아니라 복잡 미묘한 어정쩡한 관계가 되어 버리고야 말았다.
그런 애매한 상황에서 21세기에서 실종처리 되었던 4명의 군인이 21세기 3세대 전차인 K1A1 전차와 최신형 전함을 이끌고 대한민국에 나타났다.
대한민국 우주군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작전사령부, 작전사령관실은 대한민국의 모든 우주군을 통솔하는 최고 지휘권자가 근무한다는 중요성에 비해 비교적 아담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소박한 작전사령관실 중앙에 위치한 책상 의자에 앉아 홀로그램으로 펼쳐진 서류를 검토하던 문대진 대장은 홀로그램을 끄고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클래식 의자라 그런지 약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문대진 대장은 개의치 않았다.
“아프간에서 미확인 에너지 파장으로 인해 강제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었고 지금, 아니, 27세기에 그들이 도착했다. 뭐 그런 이야기인가?”
이미 보고 받았던 내용이라 세부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일이라 문대진 대장은 다시금 물었다.
책상 앞에 서서 대기 중이던 정보 분석 실장 심찬식 중령은 자신의 주변에 네모난 홀로그램들을 띄워 관련 정보들을 확인해 가며 부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고대영 중사 일행과 처음 접촉한 날짜에 21세기, 아프간에서 관측되었던 파장과 동일한 미확인 에너지 파장이 관측되었습니다. 고대영 중사 일행의 신원 확인도 실시했는데 21세기에 실종되었던 4명의 군인들과 모든 정보가 일치합니다.”
“내가 그렇게 꼬부랑 할아버지는 아니네만 오래 살다 보니 별 이야기를 다 들어 보는군. 그런데 경기도를 진원지로 했던 미확인 에너지 파장의 연구는 어찌 되었나?”
작전사령관은 아직 보고받지 못했는지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고 홀로그램을 건드리는 심찬식 중령의 손이 다시 바빠졌다.
“그들이 도착한 직후 에너지 파장 자체가 완전 소멸되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일단 조사 인원들은 파견해 놓은 상태고 다른 기관들도 이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듯합니다만… 수확은 제로라고 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고대영 중사 일행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의미인가?”
고대영 중사 일행에 대해 동정심을 느낀 작전사령관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심찬식 중령은 아는지 모르는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그들을 맡아야 한다는 말이군. 그러고 보니 최신형 전함을 끌고 왔다 했던가?”
“그렇습니다.”
전함에 대해 추가 정보를 확인한 심찬식 중령은 어떤 홀로그램 화면을 크게 확대해 작전사령관에게 보여 주었다.
“작년 말, K―33 행성에서 건조되어 화물 운반 행렬과 함께 작전사령부로 운반되던 70만 톤급 우주 전함이 해당 화물 운반선들에 약탈 행위를 전개한 미확인 집단에게 약탈당했던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일부 화물 운송 구간의 빈틈을 노린 약탈 행위였는데 70만 톤급 전함이 도둑맞았다는 이야기가 퍼져 봤자 좋을 게 하나 없는 만큼 담당자들 입단속을 시키느라 고생 꽤나 했었습니다. 그때 도둑맞았던 전함이 이번에 고대영 중사 일행이 가져온 전함과 동일하다고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고대영 중사는 시간 이동을 한 이후 70만 톤급 전투함 인근 지역에 도착하였고 우연히 그 전함의 함장이 되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함장 맞이 모드 시스템에 암거래 상인들이 지독하게 손을 써 둔 모양이라 그 전함을 대한민국 우주군에 전력화시키려면 전함 자체를 전부 해체해야 할 판입니다. 워낙 최신 전투함정이라 해체를 위해서는 일반 전함 규모의 전투함정을 건조하는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좀 많습니다.”
해체 생각만 해도 골이 아파 오는지 심찬식 중령이 인상을 찌푸리자 문대진 대장은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고대영 중사, 아니, 고대영이가 함장으로 인식되었다고 했지? 그러면 굳이 세금 낭비할 것 없이 고대영이를 함장에 앉히고 전력화시키면 되잖나?”
“자, 잘못 들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들려오자 심찬식 중령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작전사령관은 친절하게도 했던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다시 들려주었다.
“헉! 그,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경악하는 심찬식 중령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문대진 대장은 여전히 별일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
“나도 잘 알고는 있네만, 보고서 보니까 상황 판단력이 월등히 높고 리더쉽도 제법 갖춘 모양이던데. 지휘관으로써 갖춰야 할 두 가지의 기본이 잘되어 있어 나쁘지 않아 보여. 사관 교육시키고 준장 정도 계급장 달아 준 다음 함장에 앉혀 놓으면 고대영이 일행의 거취 문제 해결과 꽁짜 전함 하나 생기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을 두고 일석이조라고 말하지 않나?”
고대영 중사를 함장에 앉히고 나머지 일행들은 모두 대한민국함에 배속시키게 되면 그들을 감시하기 수월할 것이다. 게다가 70만 톤급 전함까지 전력화시킬 수 있다면 작전사령관으로써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리고 작전사령관은 고대영 중사가 미래에 도착해 전함과 접촉한 시점에서 모든 상황 판단을 끝내고 전함과 승무원들을 잘 통솔해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보고서를 읽어 고대영 중사를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분명 이득입니다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난 현실적으로 말했을 뿐이네.”
이미 자신의 반대 이유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심찬식 중령은 반대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작전사령관님. 함장이라는 고급 인력은 몇 개월 교육으로 간단히 배출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교육은 기본이고 군 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해야 제대로 함장 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 도중에 함장 부적격자는 함장이 되지도 못하고, 일단 함장 자격 평가를 제외하더라도 그런 과정은 아무리 빨라도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전함 정도의 전투함 함장은 아무리 빨라도 15년은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21세기에서 와 아무것도 모르는 까막눈들에게 함장직을 맡긴다니 그건 말도 안 됩니다.”
까마득한 어른인 작전사령관에게 영관급 장교가 정면에서 반박하는 것은 실례를 떠나 고문관 수준의 멍청한 녀석이나 가능한 행동이다.
하지만 심찬식 중령은 단순히 우주군을 위한 조언을 하는 것일 뿐이었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문대진 대장은 화를 내기 보다는 심찬식 중령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을 택했다.
“자네 말 중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는 것, 잘 알고 있네. 그런데 국가를 생각한다면 국가의 자주국방에 한 전력이 될 전함을 쉽게 포기하는 것은 너무 손해 보는 것 아닌가? 이번 일에 대해 외부에 퍼지는 것을 우려한 대통령님께서는 이미 내선에서 모든 일을 끝내도록 이번 일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셨네. 이번 일에 모든 권한을 가진 작전사령관으로써 하는 명령일세. 내 말대로 하게.”
“윽!”
할 말을 잃고 입만 벙긋거리는 심찬식 중령에게 문대진 대장은 심찬식 중령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 있게끔 이야기를 보탰다.
“하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무작정 그를 함장에 앉힌다면 반발은 당연하고 여러 가지 기타 문제가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겠지. 그러니 조건을 하나 걸 생각이네. 그들이 우주군 사관 교육 및 훈련 과정을 모두 수료한 뒤에 가상 교전 랭크 중위권의 현직 함장들과 가상 교전을 하도록 할 생각인데 고대영이가 그 가상 교전에서 이긴다는 조건하에 고대영이를 함장에 앉히는 것은 어떤가? 뭐 그 가상 교전에서 패배한다면 단순히 우주군 소위로 임관하겠지.”
“그 가상 교전에서 승리한다면 실력은 확실하다는 것이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습니다만.”
조건 내용을 들은 심찬식 중령의 기세가 많이 누그러졌다.
가상 교전은 가상의 공간에서 치러지는 함대 간의 교전을 뜻하는데 전투함 함장들은 그 가상 교전을 통해 지휘력이 무뎌지는 것을 막고 작전사령부는 각 함장들의 지휘력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함장 직책이나 함대사령관 직을 맡고 있는 군인들은 모두 필히 참여하게 되어 있다.
비록 가상 교전 전체 랭크에서 상위권이 아닐지라 하더라도 현직 함장들이라면 많은 경험으로 전투에 대해서는 완벽한 베테랑들이었고 고대영 중사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반드시 이겨야만 함장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심찬식 중령은 느꼈다.
만에 하나 고대영 중사가 가상 교전에서 승리한다면 고대영 중사의 지휘력이 확실하다는 검증이기도 해 이번 일을 알고 있는 소수 고위급 장성들도 고대영 중사가 함장 직에 임명되더라도 딱히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럼 일단 나가 보게, 정보 부장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네.”
조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심찬식 중령은 뭔가 빼먹은 것 같은 기분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만 나가 보라는 작전사령관의 말에 쫓겨나듯 작전사령관실을 나섰다.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부관이 다음 스케쥴에 대해 나열하자 떠오를 듯 말 듯한 생각을 어떻게든 확실히 머릿속에 나타나게 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다음 스케쥴이 바빠 그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런데 심찬식 중령이 뭔가 빼먹은 것 같았던 그것은 이야기 흐름에 쫓기듯 하다 보니 망각해 버린 중요한 문제였는데 고대영 중사를 제외한 다른 군인들의 세부 배치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문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덕분에 심찬식 중령은 나중에 몹시 후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