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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너스 레퀴엠 1권(18화)
05. 가상 교전(2)


재생된 홀로그램 영상이 이미 재생되고 있는 영상들의 중앙을 비집고 올라오자 기존에 재생되고 있던 3개의 홀로그램들이 사방으로 퍼져 전이석 일병의 홀로그램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각 함대당 총 7척의 전투함이 주어집니다. 전투함 구성은 기함인 50만 톤급 순양함 한 척, 부기함 25만 톤급 순양함 한 척과 함대 소속 전투함인 25만 톤급 전투함 1척, 그리고 10만 톤급 구축함 4척으로 이루어집니다.”
무장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는 화면으로 홀로그램을 바꾼 전이석 일병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전투함정 각 무장은 현재 대한민국 우주군에 배치된 무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대함미사일의 경우 국산에서 제조되어 배치된 K―54A2 모델로 10만 톤급 우주 구축함의 경우에는 단 한 발로도 격침이 가능할 정도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사시 탄두 내용물을 다른 것으로도 교체…….”
가만히 설명을 듣고 있던 고대영 중사는 생각했다. 독특한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군인 한 명, 정보력이 무척 뛰어난 군인 한 명, 기본기에 충실한 군인 한 명, 기계에 관심이 많아 전투 체계 활용에 두각을 나타나는 군인 한 명.
전쟁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 전술, 전투력, 기술력 모든 것이 모여 있었고 일행들을 보며 고대영 중사는 어떻게 상대방을 꺾어야 하나 막막하긴 했지만 이들과 함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좋아! 한 번 해 보자고! 각자 조사해 온 것들 빠짐없이 머릿속에 입력해! 현대전은 정보전이라는 말이 있… 아, 그건 21세기인가? 여튼 지금도 그럴 거다. 힘내 보자고.”
각자 조사해 온 내용들을 머릿속에 구겨 넣는데 3시간이 소요된 덕분에 모두가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본격적인 전술 회의가 시작되었지만 참가한 군인들의 눈은 이번 가상 교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집념으로 불타올랐다.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04 가상 교전 실습실
7월 7일 07:40

대한민국 우주군의 각 함대 및 방어함대의 지휘부들은 6개월에 한 번 꼴로 우주군 작전사령부에서 의무적으로 가상 교전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함대사령부를 비우고 올 수 없는 까닭에 일부 지휘부를 함대에 두고 온 대한민국의 K―81 식민행성, K―81 방어함대의 함대사령관과 몇몇 지휘부들은 이번에 작전사령부에서 내려진 명령에 의문을 표했다.
“함대사령관님. 우리 K―81 방어함대의 가상 교전 훈련은 내일부터 시작 아닙니까? 그런데 오늘 참여하라니 이유를 당최 모르겠습니다.”
함께 04 가상 교전 실습실로 걸어 들어온 부하 중 하나가 궁금하다는 듯 물어오자 함대사령관 김근식 대령은 옆에 끼고 온 전자 서류를 참고해 가며 대답해 주려다가 귀찮았는지 읽었던 내용 중 어렴풋이 떠오르는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 이야기해 주었다.
“작전사령부에서 몇 가지 평가할 것이 있다고 오늘 실시되는 가상 교전에 참여하라는 명령문을 받았네. 상대편에 대한 정보도 없어.”
대충 이야기해 주던 김근식 대령은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작전사령관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작전사령관님이 우리와 가상 교전을 치를 상대가 하위 랭크 지휘부라 그랬던 것 같은데…….”
“어차피 가상 교전이라는 것이 순위 상관없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치러지는 것 아닙니까? 하위권이라는 것은 뭐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상 교전 일자가 정해지는 건 처음입니다.”
“나도 군 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거긴 한데… 뭐 지금은 가상 교전이 중요하니 보조기에 타기나 하자구. 다들 상대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2.5m 크기의 가상 접속 보조기에 탑승하는 함대사령관을 보며 부하 군인들은 군말 없이 가상 접속 보조기에 탑승했다.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08 가상 교전 실습실
7월 7일 07:51

고대영 중사 일행은 모두 깔끔하게 우주군 제복을 입고 08 가상 교전 실습실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열심히들 해 보게. 하하!”
가상 교전을 구경하기 위해 오전에 마쳐야 할 서류 작업을 새벽 일찍 와서 단 한 시간만에 모두 해치운 문대진 대장이 고대영 중사 일행을 직접 만나 격려해 주었지만 고대영 중사 일행의 각 능력치는 전혀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딱 하나 상승한 것이 있긴 했는데 그것은 능력치에 마이너스를 주는 스트레스 정도밖에 없었다.
작전 회의를 밤늦게까지 하느라 몸이 무척 피곤한 상태인데 우주군의 최고 상관인 작전사령관이 찾아와 잔뜩 긴장해 있었던 탓에 스트레스 말고는 오를 게 없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최전방 군인들 격려한다고 사단장이 찾아온다고 치자. 사단장이 힘내라고 격려를 해 주면 오히려 긴장 때문에 죽을 맛일 것이다.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고대영 중사 일행은 받고 있었다.
“그럼 기대하겠네.”
가상 교전 실습실 중앙에 위치한 대형 모니터 쪽에 의자를 끌고와 앉은 문대진 대장은 가상 교전을 구경하면서 심심한 입을 달래 줄 음식을 가져오라고 부관에게 시키고는 대형 모니터 전원을 켰다.
작전사령관은 대형 모니터, 즉, 실시간으로 가상 전장의 모든 곳을 볼 수 있는 중앙 모니터로 가상 교전을 구경할 모양이었다. 물론 1시간 동안의 교전 준비 시간 동안에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므로 그동안 잠시 눈이라도 붙일 생각으로 문대진 대장은 눈을 감았다.
“자자, 이번 가상 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시간 동안의 준비 시간이다. 1시간 내에 모든 준비를 끝마쳐야 하니 특히 전이석! 정신 바짝 차려!”
가상 접속 보조기에 몸을 밀어 넣으며 고대영 중사가 말했고 마찬가지로 몸을 가상 접속 보조기에 집어넣던 전이석 일병이 자신감으로 충만하다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십쇼! 확실하게 해내 보이겠습니다.”
가상 접속 보조기 커버를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대영 중사가 일행들에게 외쳤다.
“전함 고급 지휘부를 향해서! 가자! 싸우자! 이기자!”
“오오!”
모든 기력을 방출하는 것 아닌가 싶은 응원이 짧게 끝나고 고대영 중사 일행은 모두 가상 접속 보조기의 커버를 닫았다.
가상 접속 보조기는 말 그대로 가상 접속을 보조해 주는 장치로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돕는 장치다.
―가상 교전 접속에 앞서 몇 가지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1. 가상 접속이 완료될 때까지 눈은 감고 계십시오. 2. 접속이 되지 않을 경우 관계자를 호출해 주십시오. 3. 접속이 불안정하거나 접속 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가상 접속을 즉시 중지해 주십시오. 그럼 가상 접속에 들어갑니다.
가상 교전 접속까지 앞으로 5초.
5. 4. 3. 2. 1 접속.
안정적으로 접속이 완료되었습니다.
접속기 안내 설명대로 두 눈을 차분히 감고 있던 고대영 중사는 접속이 완료됐다는 말에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오오!”
눈을 뜨자 중앙사령실 풍경이 비추어졌는데 모든 것이 진짜 같았다.
중앙사령부 함장석에 앉아 있던 고대영 중사는 감탄할 때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슈퍼컴퓨터! 함대 전체 통신 연결해!”
전체 통신 연결을 명령하며 고대영 중사는 함 외부를 비추는 카메라들과 연결된 외부 모니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외부 모니터에 비춰진 것은 7개의 전투함이 격납고 내부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광경이었다.
―알겠습니다. 함대사령관님. 연결되었습니다.
“험험! 함대사령관이다! 이번 작전은 1시간의 준비 시간에 모든 것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꾸물거리지 말고 열심히 작업해!”
모두가 전체 통신에 답하자 중앙 모니터로 함 내부 시설 전반을 체크하던 고대영 중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부터 1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08 가상 교전 실습실
7월 7일 08:59

어느 덧 1시간이라는 시간이 거의 다 소비되고 상대 함대와 교전을 치를 시간이 이제 10초밖에는 남지 않았다.
―교전 개시까지 앞으로 10초.
10. 9. 8. 7. 6. 5. 4. 3. 2. 1. 0 교전 개시!
교전 개시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함대에 울려 퍼지고 고대영 중사의 함대는 기존에 있던 함대 수용소가 아닌 우주 한복판으로 강제 이동되었다.
고대영 중사의 함대와 마찬가지로 격납고에서 우주 공간으로 강제 이동된 적함대가 고대영 중사의 함대 정면으로부터 700km 떨어진 우주 공간에 출현했고 적함대가 전방 탐색 레이더에 잡히자 슈퍼컴퓨터가 바빠졌다.
―700km 전방에 적성 목표 7개 포착! 각각 목표 1, 2, 3, 4, 5, 6, 7을 부여합니다.
―적 진형 선두에 목표 1, 50만 톤급 순양함…….
적에 대한 각종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중앙사령실이 시끄러워졌지만 고대영 중사는 그에 신경 쓰지 않고 명령했다.
“전체 통신 열어!”
―알겠습니다. 함대사령관님. 연결 완료.
연결이 완료되자 중앙 모니터 한 켠에 고대영 중사 일행의 모습이 나타났다.
“함대 제1배치에 들어간다!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알겠습니다!
―옙!
―총원 전투배치 들어갑니다.
―총원 전투배치!
차례차례 들려오는 이민채, 전희연, 전이석, 김대국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대영 중사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함대, 횡렬진으로! 보조기관은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완전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전속 전진!”
명령을 접수한 슈퍼컴퓨터는 주 기관을 가동시켰고 고대영 중사가 탑승한 전투함을 비롯해 다른 전투함 6척이 동시에 일자진을 형성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각개 전투 기동은 금한다. 마지막으로 작전 준비 현황 보고해!”
고대영 중사 일행들은 전체 통신을 통해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 소식을 들으며 고대영 중사는 긴장 덕분인지 손바닥에 흥건히 고인 땀을 제복 바지에 대충 문질러 닦았다.
“좋았어. 슈퍼컴퓨터! 적과의 거리가 어떻게 되지?”
―526km입니다. 적함대도 진형을 횡렬진으로 변경합니다.
중앙 모니터에 고대영 중사의 함대와 똑같이 횡렬진으로 변경하고 앞으로 치고 나오는 적함대의 모습이 비춰졌다.
상대 함대가 대열을 약간 늦게 바꾼 이유는 심적으로 압박감을 느껴 급히 명령을 내리는 고대영 중사와는 달리 상대 함대는 차분하게 가상 교전에 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전투함은 동급의 적 전투함에 함포를 조준! 대함미사일은 자동 배정한다. 단, 기함과 1번함은 예외로 대함미사일에 한해 적함대 기함을 목표로 조준을 한다!”
고대영 중사는 교전 초반, 적함대 기함을 없애 교전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 싶었는지 적 기함 한 척에 순양함 2척의 대함미사일 조준을 명령했다.
하지만 전투함 두 척이 적 기함 만을 목표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게 될 경우 적함대의 다른 전투함들을 향해 날아가는 대함미사일 숫자가 적어져 기함은 피격될지라도 다른 전투함들은 비교적 쉽게 대함미사일들을 막아 낼 수 있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조준 완료. 본 함대의 모든 전투함정들이 적함대 조준을 모두 완료했습니다.
―적함대와의 거리 앞으로 450km! 교전 사거리까지 앞으로 50km 남았습니다.
“적함대가 사거리에 들어오는 대로 모든 대함미사일을 발사! 모든 함포는 조준 목표 그대로 자동 사격한다.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지속 사격해.”
교전 사거리는 교전 가능한 사거리를 뜻하는 말인데 대함미사일과 빔 계열 무기인 주 함포, 부 함포들의 최대 사거리가 400km인 관계로 보통 교전 사거리에서 말하는 거리는 400km 이내를 의미한다.
―적함대와의 거리 앞으로 5km, 4km, 3km, 2km, 1km, 0km!
“사격 개시!”
두 함대가 서로 교전 유효 사거리 내로 진입하자 고대영 중사의 함대와 상대 함대는 모든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고 함포사격을 시작했다.
쿠우웅!
적함대의 함포에서 쏘아져 나온 빔 줄기 일부가 고대영 중사가 탄 전투함정에 작렬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에 고대영 중사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