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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너스 레퀴엠 1권(19화)
05. 가상 교전(3)


하지만 지금은 가상이라 해도 교전 중이었고 고대영 중사는 정신을 바짝 차리려 애를 썼다.
―대함미사일 경보! 대함미사일 경보! 적함대로부터 총 150기의 대함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본 함대를 목표로 접근 중!
150기의 대함미사일이 접근하고 있다는 슈퍼컴퓨터의 보고를 듣고 고대영 중사는 전체 통신으로 명령했다.
“각 함정별로 대함미사일 방어에 들어간다! 침로와 속도는 절대 바꾸지 말 것!”
고대영 중사가 일행들에게 명령하고 있을 때 슈퍼컴퓨터는 고대영 중사가 타고 있는 기함을 목표로 접근하는 미사일들을 추려 냈다.
―적 대함미사일 27기가 본 함을 향해 접근 중!
“방어미사일 40기 발사! 요격 실시해!”
요격형 방어미사일 발사 명령에 슈퍼컴퓨터는 발사 절차를 빠르게 밟아 나갔다.
―요격형 방어미사일 40기 발사합니다! 요격형 방어미사일 발사관 1부터 40까지 개방, 동시 발사!
전투함에 방어미사일을 지휘할 부함장, 무장관 등의 고급 인력이 없는 관계로 발사된 요격형 방어미사일들은 슈퍼컴퓨터의 지휘에 따라 고대영 중사가 탑승하고 있는 전투함을 향해 접근하는 대함미사일 중 가장 위협적인 대함미사일들을 예측해 우선 요격을 실시했다.
“윽!”
요격 중에도 적함대의 함포들에게서 발사된 빔들이 기함에 지속적으로 명중했고 간간히 이어지는 거센 진동에 고대영 중사는 진저리를 쳤다.
“함대 1번함을 향하는 대함미사일 수는?”
―1번함을 향하는 대함미사일은 총 54기입니다.
1번함으로 향하는 대함미사일 수가 비교적 많다고 생각한 고대영 중사는 1번함의 요격을 지원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전 함대는 요격 능력의 5%를 1번함에 할당, 1번함을 향하는 대함미사일 요격을 지원해!”
―본 함에 접근 중인 대함미사일 3기 요격 실패! 거리 79km!
요격형 방어미사일 40기의 매서운 자살 공격에서 살아 남은 적 대함미사일 3기가 기함을 향해 접근해 왔다.
“방어미사일 10기 추가 발사, 자동 요격!”
―요격형 방어미사일 10기 추가 발사합니다. 요격형 방어미사일 발사관 41부터 50까지 개방, 순차 발사!
적 대함미사일과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동시 발사 후 적 대함미사일과 충돌 시간을 서로 달리 하여 인근에 있는 요격형 방어미사일의 유폭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각 요격형 방어미사일의 속도를 조율하는 방법이 아니라 발사 속도를 달리함으로써 각 요격형 방어미사일마다 충돌 시간이 달라지게 하는 방법을 썼다.
―본 함을 향하는 모든 대함미사일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슈퍼컴퓨터가 대함미사일 요격을 끝마쳤다는 보고에 고대영 중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항상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게 마련이었다.
―함대 7번함 침몰!
인공지능으로 작전을 수행하던 7번함은 모든 대함미사일을 막지 못했다. 대함미사일 1기에 피격된 7번함은 두 동강이 난 채로 우주를 유영하다 거센 폭발을 일으키며 우주의 먼지로 전락해 버렸다.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04 가상 교전 실습실
7월 7일 09:20

K―81 방어함대사령관은 적 기함으로 보이는 50만 톤급 순양함과 25만 톤급 순양함에서 발사된 대함미사일을 막느라 분주했다.
“함대 각 함정의 요격 능력을 10% 나눠 기함을 지원해.”
일반적으로 대함미사일을 고루 배정하여 발사하게 마련인데 적함대사령관은 기함을 향해 두 순양함이 대함미사일을 모두 집중시켰다.
보통 교전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전략이라 김근식 대령은 당황했지만 노련한 함대사령관답게 차분한 모습으로 어떻게든 적 대함미사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20초 후 적 대함미사일 7기가 근접 방어 사거리 내로 진입합니다.
대함미사일 7기가 요격형 방어미사일들을 뿌리치고 근접 방어 사거리로 파고들었다. 근접 방어 사거리는 전투함에 장착된 근접 방어 무기인 레이저포와 기관포의 최대 사거리인 10Km를 의미한다.
“우현 전타! 모든 근접 방어 병기 사용 자유! 적 대함미사일을 요격한다!”
전투함의 함수 부분에는 근접 방어 병기가 적게 탑재되어 있어 대함미사일 요격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근접 방어 병기가 많이 탑재되어 있는 측면을 대함미사일이 다가오고 있는 방향으로 노출시키기 위해 김근식 대령은 우현 전타로 전투함을 우측으로 90도 각도로 틀었다.
구우웅!
넓은 면을 적 전면에 노출시킨 만큼 적 빔포에 명중하는 숫자가 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 한 발에도 격침당할 수 있는 대함미사일 요격이 우선이었다.
―요격 실시합니다.
대함미사일이 근접 방어 사거리 내로 들어오자 김근식 대령이 탑승하고 있는 기함의 우현에 위치한 모든 근접 방어 병기들이 작동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빛줄기들이 다가오고 있는 대함미사일을 향해 쏘아졌고 적 대함미사일이 하나하나 요격되기 시작했다.
―대함미사일 경보! 대함미사일 경보! 대함미사일에 피격됩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엄청난 기관포탄과 레이저 세례에도 불구하고 대함미사일 1기가 살아남아 기함 우현에 명중했다.
“음?”
피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느낌이 없자 김근식 대령은 의아해졌다.
―본 함을 향하는 모든 대함미사일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우현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를 본 김근식 대령은 우현에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은 것을 보고 근접 방어 병기에 누더기가 된 대함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승리의 여신은 김근식 대령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는 모양이었다.
“좌현 전타!”
대함미사일을 요격했으니 더 이상 적함대에게 우현을 드러내 놓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본 함대를 향하는 모든 대함미사일들을 요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대함미사일 교전은 일단 끝이 났다는 슈퍼컴퓨터의 말에 김근식 대령은 그제야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대함미사일에 의한 피해 상황은?”
―본 함을 비롯해 함대 전체 피해 없습니다.
다행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김근식 대령은 적함대에 대해 물었다.
“적함대 피해 상황은 어떤가?”
―적함대 목표 7이 격침되었습니다.
7:6으로 상황이 K―81 방어함대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자 김근식 대령의 입가에는 미소가 흘렀다.
“함대 진형 그대로 전속 항진!”
함대사령관의 명을 받든 함대는 횡렬 진형 그대로 속도를 올려 적함대를 향해 나아갔다.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08 가상 교전 실습실
7월 7일 09:28

적함대에 비해 전력이 줄었지만 고대영 중사는 낙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지휘에 임했다.
“함대 최전속으로 항진한다!”
이번 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7번함이 아니었기에 고대영 중사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최전속으로 전진할 것을 명령했다. 함대사령관의 명령을 전파받은 함대는 적함대와 마찬가지로 횡렬진 그대로 속도를 올렸다.
―5번함, 6번함 반파.
적 빔포에 피해가 누적된 모양인지 김대국 상병이 지휘하는 5번함과 전이석 일병이 지휘하는 6번함이 반파가 될 정도로 피해를 입었다.
“5번함과 6번함의 기동에 문제가 있나?”
살짝 초조해졌는지 고대영 중사가 슈퍼컴퓨터에게 급히 물었고 5번함과 6번함의 데이터를 전송받은 슈퍼컴퓨터가 빠르게 답했다.
―기동에는 지장 없습니다.
“그럼 괜찮아.”
다행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고대영 중사에게 보고 소리가 들려왔다.
―적함대와의 거리 앞으로 200km! 전투기 교전 사거리에 진입했습니다.
“함대! 침로와 속도 그대로 유지해.”
전투기 교전 사거리인 200km 이내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대영 중사는 전투기를 출격시키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다른 전투함정들도 마찬가지로 전투기를 출격시키지 않고 있었다.
―적함대에서 전투기 출격 징후! 전투기 출격합니다.
“무시해!”
짧게 말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고대영 중사가 몇 분 정도 지나서 입을 열었다.
“적함대와의 거리는?”
―131km입니다.
“좋았어, 함대 전속으로 하향! 전투기 출격 개시!”
보통 전투기들은 제4격납고에 탑재되어 있고 제4격납고와 외부로 연결된 터널 같은 출입구를 통해 1∼2기씩 출격하는데 반해 고대영 중사 함대의 전투기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출격하여 1∼2기 씩이 아니라 모든 전투기가 한꺼번에 전투함의 좌우에 출현했다.
그것은 고대영 중사의 함대가 모든 보조기관을 사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
전투함정 후방 보조기관 4곳의 엔진 노즐에 총 4개의 견인 로프를 장착시켰고 그 견인 로프에는 견인 로프가 장착된 함의 모든 전투기가 제4격납고가 아닌 그 로프에 붙어 있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식물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진딧물을 연상하면 된다.
보조기관 배기 노즐 후방에 전투기들이 위치해 있는 까닭에 보조기관을 사용하게 되면 전투기들이 손상을 입게 되 보조기관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투함 전면부만을 레이더로 탐색할 수 있는 적함대에게 전투기들의 배치를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흠.”
7번함이 격침되어 동원할 수 있는 전투기 수가 줄어 아깝다고 고대영 중사는 생각했다.
―함대 전투기 총원 출격 완료.
“1번함부터 4번함까지 모든 전투기는 적 전투기를 무시하고 적함대 본체를 노릴 것! 5번함과 6번함의 모든 전투기들은 적 전투기들을 대신 상대한다!”
고대영 중사의 함대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화려한 회피기동을 선보이며 적함대를 목표로 나아갔다. 곧 적 전투기 세력과 근접하게 되면 일부만이 남아 적 전투기들을 상대해 시간을 끌어 줄 테고 나머지 대다수의 전투기는 곧바로 적함대 본체를 향해 비행할 것이다.
“함대! 보조기관 가동 허가, 함대는 기함 중심진으로 변경! 기함은 1번함으로 설정한다!”
횡렬진으로 항진하며 적함대와 함포전을 펼치고 있던 고대영 중사의 함대는 함대사령관의 명령에 1번함인 50만 톤급 순양함을 중심으로 전면에 ㅅ 진형으로 다른 전투함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1번함을 보호하며 화살표 모양으로 전진했다.
“후후후, 우리들의 작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의로운 사람이라기보다 악당의 분위기를 풍기며 중얼거린 고대영 중사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중앙 모니터를 응시했다.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04 가상 교전 실습실
7월 7일 09:29

김근식 대령은 상대편 함대가 기본 교전 절차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왜냐하면 상대 함대의 행동 중 석연찮은 점이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상대 함대의 접근 속도. 일반적으로 함대전이 발생할 경우 전투에 투입된 각 함대는 적함대를 발견하고 교전 사거리에 진입할 경우 더 이상 가속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상대 함대는 진입 이후 오히려 속도를 올리고 있다.
둘째. 적의 회피기동. 함포전이 발생할 경우 최대한 피격 숫자를 줄이기 위해 회피기동을 하게 마련인데 상대 함대 전투함들의 회피기동은 몹시 굼떴다. 보조기관이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뭔가 좀 이상합니다.
다른 부하들도 그렇게 느낀 모양인지 전체 통신을 이용해 김근식 대령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김근식 대령은 입을 여는 것보다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적함대 전투기 교전 사거리 진입!
“함대, 모든 전투기 출격!”
전투기 교전 사거리 내에 적함대가 진입하자 김근식 대령은 일단 교전 절차대로 행하고 보자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함대사령관님.
―적함대 전투기 출격 징후 미 포착, 지속 항진 중.
“어?”
기존 교전 절차대로라면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전투기를 출격시켜야 할 텐데 적함대는 그 절차를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치고 나왔다.
“뭐냐?”
황당하다는 듯 말을 내뱉은 김근식 대령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러 K―81 방어함대 소속 전투기들이 적함대 코 앞으로 접근 했을 때 적함대에게서 변화가 관측되었다.
―적함대와의 거리 앞으로 130km! 적함대 속도를 늦춥니다. 전투기 출격 징후!
“아! 주력이 전투기였구나!”
중앙 모니터에 적함대 후방에서 튀어나오는 엄청난 수의 전투기들을 보며 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챈 김근식 대령은 그제야 왜 접근 속도가 그렇게 빨랐는지, 회피기동이 굼떴는지 깨달았다.
“왜지? 이길 생각이 없나?”
작전에서 전투기를 주력으로 하게 될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전투기 주력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전투기가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적함대 인근으로 당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금처럼 전투기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함대의 전투함들은 회피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할 수 있는 공격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예상치 못한 전술로 적함대를 당황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전투기가 모두 격퇴당한 이후에는 반대로 적함대의 전투기를 막을 병력에 부재가 와 적 전투기에게 함대가 유린당하게 된다.
―적함대 기함 중심진으로 변경, 여전히 항진 중입니다.
“함대! 밀집 진형! 적함대 전투기를 절대 근접 거리에 도달시키지 마라!”
아무리 상대방이 자살에 가까운 공격을 하는 것이라 해도 그 자살에 가까운 공격을 하는 전투기에 맞으면 꽤나 피해가 심각하다.
전투기들은 빠른 기동력으로 함대 3km 이내에 접근하게 될 경우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전투함정의 중요 부분만을 조준 사격할 수 있게 되는데 작은 공격이라도 중요 부분에 맞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기에 적 전투기들이 적 전투기들이 파고들 틈이 없도록 K―81 방어함대의 전투함정들은 밀집 진형으로 뭉쳤다. 적 전투기가 가까이 접근하더라도 몇 겹의 근접 방어 병기들의 공격을 전투기들은 모두 피할 수 없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