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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너스 레퀴엠 1권(21화)
06. 대한민국 우주군 제2함대(1)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부속군 숙소 1층 중앙 홀
7월 7일 17:02
08 가상 교전 실습실에서 돌아온 이후 실컷 먹고 떠드느라 기운이 쫙 빠진 고대영 중사 일행들은 작전사령관이 보내 준다는 군인을 맞이하기 위해 군 숙소 1층 중앙 홀에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군 숙소 입구에 들어선 군인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힘겹게 중앙 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작전사령관님이 보내 주셔서 오신 분 맞습니까?”
오후 5시에 왔지만 평소에도 다른 군인들이 여러 가지 전달 사항 때문에 자주 군 숙소를 드나들어 고대영 중사가 확인 차 물었다.
“맞습니다. 작전사령관님 부관 최영한 대령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짧게 인사를 주고 받던 고대영 중사 일행은 최영한 대령의 설명에 집중하기 위해 군 숙소 중앙 홀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에 모두 착석했다.
“발령은 내일 오전 중에 나고 관련 담당관도 내일 이곳으로 따로 파견될 예정입니다만, 그 이전에 여러분들이 몇 가지 알아 두셔야 할 것 때문에 제가 왔습니다.”
큰 가방에서 짐을 꺼내 고대영 중사 일행들에게 나눠준 최영한 대령은 품에서 인사 기록 파일을 꺼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지금 이대로는 여러분들을 대한민국 지휘부로 발령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지휘부에 알맞게 기존 기록을 모두 조작하였습니다. 모두 홀로그램을 참고해 주십시오.”
고대영 중사 일행 정면에 사람 키만 한 홀로그램 영상이 출력되었고 최영한 대령은 출력 내용을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대영 님은 2635년생으로 올해 39세. 현재 대한민국 우주군 특수전 82함대 1전대장으로 계급은 준장입니다. 세부 기록으로는 따로 자료로 보내드리겠습니다.”
“37세… 입니까?”
20대 중반인 고대영 중사로써는 청천벽력 같은 나이 설정이었다.
“진, 진정하세요! 21세기와 달리 지금은 평균 수명이 200살입니다. 그만큼 노화도 느리게 진행되서 21세기에 20살이면 지금 40살 정도 되는 게 맞습니다!”
전희연 하사가 좌절해 인생을 포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대영 중사를 다독여 주었다.
“그런데 준장입니까?!”
특진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낙하산 급이라고 생각한 고대영 중사는 자신을 장성급에 앉혀 놓는다는 말에 그렇게 저질러도 괜찮냐는 의미로 물었다.
그런데 최영한 대령은 고대영 중사의 말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70만 톤급 전함인데 준장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20년간 각종 극비 교전에서 승리하였고 그 포상으로 특진하였다. 뭐, 이런 설정입니다.”
설정을 물어본 것이 아니라고 답하려던 고대영 중사는 최영한 대령이 다시 설명을 시작하자 입을 닫고 잠자코 있었다.
이민채 하사는 36살로 대령, 전희연 하사와 김대국 상병은 각각 34살과 33살로 중령, 전이석 일병은 30살로 소령이 되었다고 최영한 대령이 설명해 주었고 모두가 무지막지한 특진에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고대영 중사와 마찬가지로 비공개 교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특진했으며 고대영 중사와 같은 특수전 82함대에서 근무했다고 기록이 조작되었다.
특수전 82함대는 고대영 중사 일행의 기록 조작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하지 않는 함대다. 극비로 존재하는 비공개 함대라는 이유로 일반 군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정되어 있는데 그렇게 해 둬야 다른 군인들에게 그들의 정체가 발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나중에 따로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여러분들이 발령 날 함대와 보직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홀로그램 영상을 넘기자 고대영 중사 일행이 가게 될 함대와 그들이 어디로 배치되는지에 관해 자세히 적혀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
“고대영 님은 대한민국함 함장으로 대한민국 우주군 함대 중 규모가 큰 제2함대로 발령 났습니다. 정확히는 2함대 2전대 발령입니다.”
보통 중형 이하 규모 함대의 경우 함대사령관이 휘하 전투함 함장들에게 직접 명령을 하달하지만 중대형 이상 대규모 함대의 경우 함대에 소속된 전투함이 많아 2개 이상의 전대로 전투함들을 나눈다. 즉, 함대사령관이 각 전대장에게 명령하면 전대장들은 휘하 전투함정에 그 명령을 하달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함대사령관이 효율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전투함 숫자는 10척이 한계이기 때문에 두 그룹에 각 수장을 두어 통솔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함대 2개 전대 중 1전대는 함대사령관이 직접 통솔하고 2전대는 부기함의 부함대사령관이 2전대장을 겸임해 지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전대장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실 준장 계급은 일반적으로 함대사령관이나 부함대사령관직을 맡습니다만 아무래도 고대영 님은 함대 경험이 전무해 2전대 소속으로 배속해 드린 겁니다.”
최영한 대령의 말처럼 준장 정도의 계급은 함대사령관이나 부함대사령관을 맡아 전대장을 겸임하는 계급이다. 준장 정도 계급의 군인은 27세기 우주군에서 보통 함대사령관으로 발령 나기 때문에 고대영 중사의 경우 식민행성의 방어함대사령관으로 발령 나야 맞지만 경험이 모자란 고대영 준장 위해 작전사령관이 배려를 해 주었다. 부함대사령관 밑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고대영 중사가 납득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최영한 대령은 본론으로 돌아갔다.
“험험, 이민채 님은 대한민국함의 부함장으로 김대국 님, 전희연 님, 전이석 님은 대한민국함의 참모로 발령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료도 나중에 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인지 최영한 대령은 중요한 것만 딱딱 집어 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고대영 중사 일행 입장에선 듣기는 편했다.
“앞으로 스케쥴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입니다만 취역식 날짜는 이틀 뒤로 확정되었습니다.”
취역식이란 건조되어 모든 조율이 끝난 함정을 정식으로 군에 투입, 전력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전투함이 완성되면 바로 군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투함이 완성되었다고 바로 군에 보내 전력화시킬 수 없다.
건조된 전투함의 각 기능을 조율하고 공을 들여 조정이 완벽하게 끝나야만 취역식을 하고 전력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함에 배치될 승조원에 대해서입니다만, 작전사령부에서 직접 배치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승조원들을 뽑겠습니까?”
“음. 제가 따로 뽑을 수 있습니까?”
손에 들고 있던 인사 기록 파일을 손가락으로 몇 번 조작한 최영한 대령은 파일을 고대영 중사에게 넘겨주었다.
“예, 가능합니다. 직접 뽑으시겠습니까?”
건네주는 파일을 받아 군인 기록들을 훑어보던 고대영 중사는 왠지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했고 미소지었다.
“예. 제가 직접 뽑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따로 보내드리는 자료 확인해 보시고 내일 파견오는 담당관에게 질문하시면 됩니다. 담당관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어떻게 배속되는지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겁니다.”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작전사령실에서 호출이 오자 최영한 대령은 허겁지겁 군 숙소를 빠져나갔다.
“태풍이 지나간 것 같지 않냐?”
옆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민채 하사에게 고대영 중사가 묻자 이민채 하사는 최영한 대령에게 받은 우주군 제복과 군 숙소 출입구를 번갈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후 그들은 하루 종일 승조원 뽑는 일에 시달렸고 고대영 중사는 괜히 번거로운 일에 자원했다고 괴로워했다.
대한민국 서울 우주군 작전사령부
제2전투함 수용소
7월 9일 10:00
27세기 대한민국 우주군은 21세기 대한민국 해군처럼 국력에 비해 우주군이 약했다. 물론 우주 시대다 보니 나름대로 강력한 우주군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나 국력에 비하면 그렇게 막강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대영 일행이 도착하기 몇 년 전부터 우주군은 우주군 전력 증강 계획의 일환으로 우주 전투함정이 대량 건조되어 우주군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시기였다.
일반 국가들에 비하면 건드리기 무서울 수준으로 막강한 우주군 세력이었지만 미국에 비하면 약체로 평가받는 대한민국 우주군 함대 중에서 미국조차 종합적인 전투 능력을 인정하는 함대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에 고대영 일행이 지휘부로 들어선 대한민국함이 소속된 함대인 대한민국 우주군 제2함대다.
제2함대의 함대 구성은 총 2개 전대로 나뉘며 1전대에는 기함인 100만 톤급 충무공 이순신함, 10만 톤급 구축함 5척으로 이루어지고 2전대는 부기함인 60만 톤급 광개토대왕함, 그리고 이번에 새로 합류하게 될 동급 최강 전함인 70만 톤급 대한민국함과 10만 톤급 구축함 5척으로 이루어진 대함대다.
그 전함들 내부에 탑재되어 있는 전투기 숫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그 거대한 함대가 수용되어 있는 제2전투함 수용소에서 대한민국함의 취역식이 실시되었다.
작전사령관을 비롯해 각 지휘부, 언론사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고대영 중사, 아니, 준장은 작은 실수라도 할까 취역식 내내 진땀을 흘렸다.
우주군 준장 제복 차림에 올백으로 넘긴 머리 위에 정모를 쓴 고대영 준장의 모습은 꽤나 그럴 듯해 보였고 취역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대영 준장이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고 각 비공개 전투에서 공을 많이 세워 특진했다는 거짓 정보에 모두 속아 넘어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시간 동안 이루어진 취역식이 모두 끝나고 고대영 준장은 연단에서 내려와 대한민국함에 배치될 군인들을 쭉 훑어보았다.
“후후후.”
그러던 도중 고대영 준장은 친숙한 얼굴들을 발견하고는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다.
“모지윤 대위! 오랜만이오!”
친숙한 얼굴들은 지난 일주일간의 휴가 당시 함께 나무를 심고 축구도 했던 모지윤 대위의 대기 13중대였다.
“정말 놀랐습니다! 정보부 고대영 소령님 아니셨습니까?!”
처음 연단에서 고대영 준장을 보고 왠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던 모지윤 대위는 이현재 소위가 귀띔을 해 주고 나서야 고대영 준장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그는 놀라서 취역식 내내 고대영 준장을 뚫어져라 쳐다봤었다.
“하하! 그때는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네. 여튼 반가워!”
한동안 이어지던 그들의 수다가 중단된 것은 전희연 중령이 다가와 언질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해산 직전 마지막 연설을 해야 했기에 고대영 준장은 대한민국함 승조원 대열 앞으로 걸어갔다.
“총원 차렷! 함장님께 경례!”
승조원 대열 전면, 고대영 준장 옆에선 부함장 이민채 대령이 외치자 대한민국함 승조원들의 입에서 우렁찬 경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형식적인 연설이 끝나고 고대영 준장이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내일부터 정식 배치니까 모두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해산!”
“총원 차렷! 함장님께 경례!”
필승!
우렁찬 외침이 제2전투함 수용소 안에 크게 울렸다. 고대영 준장의 답례를 받은 대한민국함 소속 군인들은 이민채 대령이 해산해도 좋다고 말하자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정식 배치는 내일부터지만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