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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4화
1장 (4)
그래도 라디오는 순탄하게 끝났다. 선후와의 대화 이후, 한율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보이는 라디오였기에 괜한 걱정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신곡에 대한 소개까지 마친 후, 마지막으로 데뷔곡 ‘코스 매직’이 흘러나왔다. 지금 들으면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같은 가사가 반복했다. 오토튠은 심했고, 중간엔 쓸데없이 댄스 브레이크까지 들어 있었다.
코스원은 데뷔하고 2주 만에 1등을 했다. 같은 해 앨범 순위로는 3등을 했다. 그래도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더 많은 대중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뛰었다.
“율아, 사진 찍어야지.”
먼저 일어나 있던 선후가 한율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할까?’ 장난스레 말하며 볼을 꼬집었다. 한율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손을 피했다. 온종일 집중을 못 했다. 권우가 스케줄을 마친 후, 제 집에 오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부터 계속 그랬다.
“다음에는 권우 씨도 모시고 오세요.”
“아, 이 형님 자꾸 이러시네. 저희만으로 부족해요?”
“하하, 그건 아니라니까요.”
사진을 찍은 후에도 DJ와 선후의 농담은 끊이지 않았다. 한율은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권우에게 온 전화였다. ‘오늘 스케줄 끝났다!’ 기지개를 켜며 기쁨에 몸서리치는 선후와 달리 한율에게는 또 한 가지의 일이 남아 있었다.
“상엽아, 나는 오늘 택시 타고 갈게. 들를 곳도 있어서.”
“뭐?”
상엽 대신 반응한 건 선후였다. 10시가 막 지났다. 라디오 부스에는 새로운 DJ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너 여자 생겼냐?”
선후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듣는 귀가 많은 만큼 조심해야 했다.
“아니.”
“그럼요, 형님? 이야기는 들어야 돼요. 저 팀장님에게 혼나요.”
상엽도 동조했다.
“아니, ……권우네 집 좀 들렀다 가게.”
“진권우?”
선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후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였다가 이내 말았다. 한율은 그 얼굴을 봤지만, 못 본 척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1층을 누르고 빨간색의 숫자가 떨어지는 걸 바라봤다.
“요즘 친하다?”
“……리더니까.”
“그럼 형님 오늘 안 들어오시는 거예요?”
한율은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이야기 좀 하다가 들어가게. 걔 안 그래도 요즘 힘들어하잖아.”
맞는 말에 선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1층에 도착했다. 세 명은 함께 내렸다.
선후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곤 한율의 등을 탁탁 치며 말했다.
“잘 달래 줘. 그게 말로는 틱틱거려도 아직 정신머리로는 열여섯 살 꼬맹이니까.”
권우가 처음 들어왔을 때가 열다섯 살 12월이었다. 한율도 그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지만, 자신이 열다섯 살인 것과 열다섯 살의 앳된 연습생을 보는 건 느낌이 달랐다. 처음엔 끝도 없이 버벅거려서 저거 데뷔 어떻게 시키냐고 걱정이 많았는데, 어느새 대한민국에서 진권우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이 되었다.
도태되는 건 한율뿐이었다.
“한율 오빠, 숙소 안 가요?”
“아…… 네.”
“왜요? 그리고 이거 편지.”
“감사합니다.”
“제 이름 민선인데, 기억나세요?”
“네, 나요.”
한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은 기억나지 않았다. 라디오 스케줄까지는 사생활을 방해하는 팬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음악 방송 출퇴근과 비슷한 거니까. 팬사인회에 몇 번 왔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은 안 났지만, 오늘부터 기억하면 되겠지 싶었다.
한율은 몇몇 팬들과 인사를 나눈 후, 방송국 입구에서 택시를 잡았다. 오피스텔 이름을 말하자 유턴을 했다. 택시 기사가 라디오를 틀었다. 방송 전까지 한율과 선후가 웃고 떠들던 그 라디오 부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율은 문득 창밖을 보았다.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땐, 이곳에 제가 서 있을 곳이 하나도 없을까 봐 불안하기만 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코스원이 정상이라고 말했지만 정상은 곧 내려갈 길만 남았다는 뜻도 됐다.
한율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권우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자 권우는 금방 받았다. 무뚝뚝하고, 높낮이 없는 권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어디야.
“지금 가는 중이야. 여기 A동 사거리. 곧 있으면 도착해.”
-뭐 타고 오는데?
“상엽이랑 선후 먼저 보냈고, 나는 택시 타고 가고 있어.”
-알겠어.
전화는 용건만 전달하곤 끊겼다. 통화가 종료됐다는 메시지가 뜬 액정을 들여다보다가 트위터에 들어갔다. 팬들 몰래 만들어 놓은 계정이었다. 코스원 멤버 중에서 SNS를 하지 않는 멤버는 한율과 권우뿐이었다.
한율은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실시간으로 쭉 글이 올라왔다.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있었다. 어차피 외국어는 일본어를 제외하면 잘 알아보지도 못했으므로 그냥 내려갔다. 말실수를 한 건 아닐까 불안했다. 생방송을 끝내거나 매체 인터뷰를 마치면 습관적으로 들어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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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율이 일 누가 주냐 자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ㅂ 콤비로 나오는 건 선현 주셈 제발
└써방하세요. 음지성 발언 삼가해 주시고요.
└└썌뻉햬섀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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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율이 노잼충 얘는 배우병도 안 걸려.. 그냥 진권우랑 같이 탈퇴햇으면..
└탈퇴하면 3명 남는구만 뭔 탈퇴여
└아 좀 서방 좀 하시라고요 애 서치하면 상처받잖아요
└└아 ㅈㅂㅈㅂ 율앰들 다 뒈지시길 뭔 서치여 ㅋㅋㅋㅋ걔가 서치햇으면 진작 탈퇴햇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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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좋은 글도 있었다. 올곧은 애정이 넘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글도 많았다. 그러나 사람이란 안 좋은 글에 더 신경이 쓰이는 법이었다. 한율은 그들이 말하는 용어를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재미가 없었으니까, 말이 나오는 거겠지 싶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뱉어냈다. 입술을 어루만지면서 다른 손으로는 액정을 손가락으로 살살 훑었다. 그만 보는 게 낫겠다. 휴대폰의 액정을 끄고 창밖을 바라봤다.
***
택시에서 내린 한율은 그래도 한 번 와 봤다고 동네가 제법 익숙했다. 높낮이가 다양한 건물들 사이로 우뚝 서 있는 오피스텔은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고가에 속했다. 어떻게 들어가야 되지. 이 근방에서 보안이 가장 강한 곳이라 그런지 카드키를 몇 번은 찍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한율이 입구에서 망설이는 사이, 누군가 한율의 어깨를 낚아챘다.
“아…… 깜짝이야.”
“몇 시에 도착한다고 말을 하든가. 그냥 곧 도착한다고만 하면 어떻게 알아.”
권우였다. 모자를 눌러쓰고, 상하의는 트레이닝복으로 맞춰 입었다. 워낙 큰 키에 체구도 좋아 팬들이 힐끔힐끔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 가서 얘기해.”
권우가 앞서 걸었다. 한율이 그 뒤를 따랐다. 슬금슬금 팬들이 붙었고, 권우는 욕을 내뱉으며 뿌리쳤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 한율은 뒤에서 눈치를 봤다. 오는 길에 받은 편지를 꾹 쥐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두 사람은 말없이 서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침묵이 이어지다가 먼저 입을 연 건 한율이었다.
“끝나는 시간 어떻게 알았어? 라디오 듣고 있었어?”
“무슨 헛소리야. 8시에 시작하는 방송이 10시에 끝나는 건 당연한 거지.”
“……응, 그렇지.”
보통은 앨범 홍보를 위해 나온 게스트는 2부에서 3부까지만 방송했다. 오늘은 코스원 특집 방송으로 4부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권우도 데뷔 초에는 라디오에 출연했기 때문에, 2부랑 3부만 방송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10시에 전화했으면서. 한율은 힐끔거리며 권우의 눈치를 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기대하지 말자.
애초에 기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권우는 1년 가까이 한율을 증오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하는 걸 본 이후에는 다음 날 바로 탈퇴하겠다고 사무실을 뒤집어엎었다.
고작 정사 한 번 가졌다고, 권우가 섹스 파트너로 지내자고 했다고 헛된 기대를 품으면 안 됐다.
“씻고 와.”
권우가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한율은 고개를 끄덕이곤, 거실에 있는 욕실로 향했다. 권우는 그사이 침실로 들어갔는지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한율은 그 문을 잠시 바라봤다가 이내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하는 건가.
섹스……하는 거겠지.
한 번 권우와 잤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날 밤은 생생히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흥분에 차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뒤에서 밀려오는 성기를 꾸역꾸역 받아 냈다. 모든 감각이 생생했기에 한율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받으며, 자신을 달랬다. 그래야만 했다.
침실로 들어가자, 권우도 샤워를 했는지 방 안에는 묘하게 습기가 차 있었다. 그리고 거실 욕실과 똑같은 샴푸 향과 샤워 코롱 향이 났다. 권우는 침대에 누워 대본을 보고 있었다.
벌써 새 작품 들어가는 건가?
한율은 침실 입구에 서서 쭈뼛쭈뼛 권우의 눈치를 봤다.
“거기에 서서 뭐 해.”
“아…….”
“침실에서 하는 건 취미가 아닌가.”
권우에게로 다가갔다. 씻고 나왔을 때는 욕실 입구에 실크로 된 가운이 놓여 있었다. 이런 것까지 준비하는 건가. 그래도 방송국을 돌아다니다가 온 옷보다 낫겠다 싶어 몸 위에 걸쳤다. 맨질맨질한 촉감이 이상했다. 한율은 몸을 덮고 있는 실크를 만지작거렸다.
권우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는 누울 수 없었다. 왠지 한 이불을 덮는 게 민망했다. 한 숙소를 쓸 때는 자주 같이 자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남에 가까운 사이였기에 그럴 수 없었다.
권우는 읽던 대본을 덮었다. 협탁 위에 올려놓고, 한율의 허벅지를 매만졌다. 실크의 차가운 감촉이 맨살에 느껴졌다.
“읏.”
한율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이겼다. 권우는 갈라진 가운 틈으로 뜨거운 손을 밀어 넣었다. 한율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감각이 더 생생해졌다. 곱살한 외모와 달리 굳은살이 박인 거친 손이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어 여린 살을 주물렀다.
“자, 잠깐만.”
“서서 할까?”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한율은 입술을 한 번 물고는, 무릎을 굽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침대 한쪽이 기울어졌다. 권우는 피식, 웃음을 내뱉고는 몸을 옮겨 한율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한율은 권우의 옆에 뻣뻣하게 누웠다.
권우는 한율의 몸 위로 올라왔다. 방금까지 시야에 들어왔던 조명 대신 권우의 얼굴이 찼다. 밝은 빛의 머리카락과 한율이 사랑하는 눈동자에 제일 처음 시선이 와 닿았다. 그러나 저를 보는 표정은 서늘하기만 했다. 권우는 한율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살을 빨았다. 이로 짓이기다가 혀로 질척하게 핥으며 흡입했다.
어느새 하얀 나체가 드러났다. 한율은 왠지 부끄러워 천을 들어 몸을 가리려고 했지만, 권우의 손에 의해 저지됐다. 권우는 고개를 내려 한율의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쭙, 쭈웁, 쭙.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한율의 동그란 유두를 입에 넣고 일부러 소리 내며 빨았다. 축축한 혀가 닿았다. 동그란 모양을 타고 움직이며, 장난치듯 툭툭 건드렸다. 한율은 낯선 감각에 달뜬 숨을 뱉었다.
“하아…….”
권우는 말없이 행위를 이어 갔다. 반대쪽 유두는 손으로 매만졌다.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붙잡고, 검지의 손톱을 세워 꾹꾹 눌렀다. ‘아파.’ 한율이 말했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죽죽 잡아당기며 장난을 쳤다.
한율은 눈을 감고 입술을 말아 물었다. 아래로 피가 몰렸다. 만지고 빨리는 건 가슴인데, 왜 그쪽이 반응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권우의 가슴과 배 주변에 한율의 발기한 성기가 부딪쳤다. 한참 한율의 유두를 빨던 권우가 몸을 일으켰다. 반쯤 발기한 한율의 성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젖꼭지 좀 빨았다고 그새 서냐.”
권우의 손이 한율의 성기를 툭툭 쳤다. 공을 던지고 놓듯이 성기를 들었다가 놓았다. ‘흐으, 흐.’ 한율은 허벅지를 모았다가 권우의 손에 의해 벌어졌다. 한율은 두 손을 내려 아래를 가렸다.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 혀를 빼 내밀고 입술을 축였다. 키스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손 떼. 뭐 하는 거야.”
“…….”
“네가 좋아하는 남자가 자지 봐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보여 줘야 되는 거 아니야? 딸치는 거라도 보여 줄래? 내 이름 부르면서 잘도 흔들어 댔잖아.”
“그, 그렇게 말하지 마.”
“뒷구멍은 안 만졌어? 쑤셔 주니까 좋다고 울던데.”
권우는 음란한 말을 내뱉으며 한율의 몸을 뒤집었다. 한율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권우의 향이 났다. 숨을 들이켰다. 수치스러움에 눈물이 나왔다.
권우는 한율의 자세를 고쳐잡았다. 무릎을 꿇리고, 엉덩이를 들쳐 올렸다. 그러곤 둔부를 벌리며 움찔거리는 구멍을 바라봤다.
뜨겁고 끈적한 시선이 한율에게도 느껴졌다. 수치스럽고, 부끄럽지만 그만큼 흥분되기도 했다. 그토록 원하던 권우와 맨정신일 때 관계를 맺게 되었으니까.
권우는 한율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혼자 뒤로 쑤셔 본 적 있냐?”
“…….”
“묻잖아. 쑤셔 본 적 있냐고.”
“……없어.”
권우는 잠시 한율의 몸에서 손을 뗐다. 협탁 서랍을 열어 러브젤과 콘돔을 꺼내 침대 위로 내던졌다. 한율은 침대로 떨어지는 것들을 바라봤다가 다시 베개로 얼굴을 묻었다. 튜브에서 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권우의 손바닥으로 짜내진 젤을 매만지자 질척한 소리가 한율에게도 와 닿았다. 그러곤 손바닥을 한율의 구멍에 가져다 대고 흘러내리게 두었다.
“흐읍.”
한율은 숨을 들이켰다. 손가락이 구멍으로 밀려 들어왔다. 거부감이 일었다. 배 속이 거북했다. 구멍에 힘을 주자, 권우가 말했다.
“힘 빼. 고작 손가락 한 개인데, 이렇게 물면 내 좆은 어떻게 받으려고.”
“으으…….”
권우는 쑤셔 넣은 손가락을 고리처럼 굽히고 내벽을 문지르며 말했다.
“술 좀 마실래? 그래야 괜찮겠어?”
한율은 고개를 내저었다. 술에 취하면 금방 이성을 잃었지만, 맨정신일 때가 나았다. 적어도 이성은 있으니, 짐승처럼 매달리진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또 다른 손가락이 안에 들어찼다. 성행위를 하듯이 손목을 움직이며 손가락이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압. 한율은 그때마다 거북함을 참지 못하고 베개를 세게 쥐었다. 시트가 바르작거리며 주름이 일어났다가 꺼졌다.
손길이 닿지 않은 성기에서 투명한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한율은 시트를 더럽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제 성기를 부여잡았다.
“좆 잡지 마.”
권우가 손을 뗐다. 한율은 후들거리는 팔을 품 안에서 빼냈다.
“그냥 구멍 쑤셔 주면, 쑤셔 주는 대로 가라고. 꼴에 사내새끼라고 자지 안 잡아 주면 가지도 못해?”
권우가 말을 이었다.
“다리 더 벌려. 허벅지에 힘주고.”
안 그래도 밀려오는 흥분 때문에 무릎을 제대로 굽히고 있기도 힘들었다. 한율은 몸을 움직이며, 다리를 벌렸다. 무릎으로만 몸을 지탱하고 있어 괴로웠다. 권우는 손목을 몇 번 더 움직이며, 추삽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빼냈다.
“일어나.”
권우의 명령에 한율은 몸을 일으켰다. 권우는 한율의 뒷머리를 잡아 자신의 다리 사이에 눌렀다. 거대한 성기가 볼에 닿았다. 못해도 마른 사람의 팔뚝 정도는 될 굵기였다. 두껍고 거대했다. 인터넷에서도 ‘새벽짤’이라는 이름으로 권우의 하체를 클로즈업한 성희롱 사진이 돌아다녀 사무실에서도 난처했는데. 발기하니 그것보다 더했다.
“빨아.”
권우는 한율의 입술에 제 성기를 문질렀다. 입술선을 타고 잘 까진 귀두를 문질렀다. 한율은 입을 크게 벌려 권우의 귀두를 담았다. 혀가 짓눌리고, 입천장까지 닿았다. 고작 귀두뿐인데도, 더 품을 자리가 없었다.
“쓰읍……. 뒷구멍도 입도 다 좁아서 어떡하냐.”
한율은 어찌할 줄 몰라 눈을 치켜뜨고 권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순간 권우의 미간이 좁아졌다. 권우는 한율의 뒤통수를 꾹 눌렀다. 으읍, 읍! 한율은 권우의 탄탄한 허벅지에 두 손을 받쳤다.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젖까지 짓눌렸다. 더 이상 들어갈 곳도 없는데, 권우는 자꾸만 자신의 성기를 입 속으로 처넣었다.
“제대로, 후으, 하라고.”
그러곤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다시 한번 쑤셔 넣었다. 한율은 권우의 허벅지를 긁었다. 입술이 벌어진 틈으로 침이 줄줄 흘러 그의 기둥을 타고 떨어졌다. 반복적인 행위에 한율의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떨어졌다.
1장 (4)
그래도 라디오는 순탄하게 끝났다. 선후와의 대화 이후, 한율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보이는 라디오였기에 괜한 걱정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신곡에 대한 소개까지 마친 후, 마지막으로 데뷔곡 ‘코스 매직’이 흘러나왔다. 지금 들으면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같은 가사가 반복했다. 오토튠은 심했고, 중간엔 쓸데없이 댄스 브레이크까지 들어 있었다.
코스원은 데뷔하고 2주 만에 1등을 했다. 같은 해 앨범 순위로는 3등을 했다. 그래도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더 많은 대중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뛰었다.
“율아, 사진 찍어야지.”
먼저 일어나 있던 선후가 한율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할까?’ 장난스레 말하며 볼을 꼬집었다. 한율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손을 피했다. 온종일 집중을 못 했다. 권우가 스케줄을 마친 후, 제 집에 오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부터 계속 그랬다.
“다음에는 권우 씨도 모시고 오세요.”
“아, 이 형님 자꾸 이러시네. 저희만으로 부족해요?”
“하하, 그건 아니라니까요.”
사진을 찍은 후에도 DJ와 선후의 농담은 끊이지 않았다. 한율은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권우에게 온 전화였다. ‘오늘 스케줄 끝났다!’ 기지개를 켜며 기쁨에 몸서리치는 선후와 달리 한율에게는 또 한 가지의 일이 남아 있었다.
“상엽아, 나는 오늘 택시 타고 갈게. 들를 곳도 있어서.”
“뭐?”
상엽 대신 반응한 건 선후였다. 10시가 막 지났다. 라디오 부스에는 새로운 DJ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너 여자 생겼냐?”
선후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듣는 귀가 많은 만큼 조심해야 했다.
“아니.”
“그럼요, 형님? 이야기는 들어야 돼요. 저 팀장님에게 혼나요.”
상엽도 동조했다.
“아니, ……권우네 집 좀 들렀다 가게.”
“진권우?”
선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후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였다가 이내 말았다. 한율은 그 얼굴을 봤지만, 못 본 척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1층을 누르고 빨간색의 숫자가 떨어지는 걸 바라봤다.
“요즘 친하다?”
“……리더니까.”
“그럼 형님 오늘 안 들어오시는 거예요?”
한율은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이야기 좀 하다가 들어가게. 걔 안 그래도 요즘 힘들어하잖아.”
맞는 말에 선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1층에 도착했다. 세 명은 함께 내렸다.
선후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곤 한율의 등을 탁탁 치며 말했다.
“잘 달래 줘. 그게 말로는 틱틱거려도 아직 정신머리로는 열여섯 살 꼬맹이니까.”
권우가 처음 들어왔을 때가 열다섯 살 12월이었다. 한율도 그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지만, 자신이 열다섯 살인 것과 열다섯 살의 앳된 연습생을 보는 건 느낌이 달랐다. 처음엔 끝도 없이 버벅거려서 저거 데뷔 어떻게 시키냐고 걱정이 많았는데, 어느새 대한민국에서 진권우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이 되었다.
도태되는 건 한율뿐이었다.
“한율 오빠, 숙소 안 가요?”
“아…… 네.”
“왜요? 그리고 이거 편지.”
“감사합니다.”
“제 이름 민선인데, 기억나세요?”
“네, 나요.”
한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은 기억나지 않았다. 라디오 스케줄까지는 사생활을 방해하는 팬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음악 방송 출퇴근과 비슷한 거니까. 팬사인회에 몇 번 왔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은 안 났지만, 오늘부터 기억하면 되겠지 싶었다.
한율은 몇몇 팬들과 인사를 나눈 후, 방송국 입구에서 택시를 잡았다. 오피스텔 이름을 말하자 유턴을 했다. 택시 기사가 라디오를 틀었다. 방송 전까지 한율과 선후가 웃고 떠들던 그 라디오 부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율은 문득 창밖을 보았다.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땐, 이곳에 제가 서 있을 곳이 하나도 없을까 봐 불안하기만 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코스원이 정상이라고 말했지만 정상은 곧 내려갈 길만 남았다는 뜻도 됐다.
한율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권우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자 권우는 금방 받았다. 무뚝뚝하고, 높낮이 없는 권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어디야.
“지금 가는 중이야. 여기 A동 사거리. 곧 있으면 도착해.”
-뭐 타고 오는데?
“상엽이랑 선후 먼저 보냈고, 나는 택시 타고 가고 있어.”
-알겠어.
전화는 용건만 전달하곤 끊겼다. 통화가 종료됐다는 메시지가 뜬 액정을 들여다보다가 트위터에 들어갔다. 팬들 몰래 만들어 놓은 계정이었다. 코스원 멤버 중에서 SNS를 하지 않는 멤버는 한율과 권우뿐이었다.
한율은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실시간으로 쭉 글이 올라왔다.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있었다. 어차피 외국어는 일본어를 제외하면 잘 알아보지도 못했으므로 그냥 내려갔다. 말실수를 한 건 아닐까 불안했다. 생방송을 끝내거나 매체 인터뷰를 마치면 습관적으로 들어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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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율이 일 누가 주냐 자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ㅂ 콤비로 나오는 건 선현 주셈 제발
└써방하세요. 음지성 발언 삼가해 주시고요.
└└썌뻉햬섀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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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율이 노잼충 얘는 배우병도 안 걸려.. 그냥 진권우랑 같이 탈퇴햇으면..
└탈퇴하면 3명 남는구만 뭔 탈퇴여
└아 좀 서방 좀 하시라고요 애 서치하면 상처받잖아요
└└아 ㅈㅂㅈㅂ 율앰들 다 뒈지시길 뭔 서치여 ㅋㅋㅋㅋ걔가 서치햇으면 진작 탈퇴햇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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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좋은 글도 있었다. 올곧은 애정이 넘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글도 많았다. 그러나 사람이란 안 좋은 글에 더 신경이 쓰이는 법이었다. 한율은 그들이 말하는 용어를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재미가 없었으니까, 말이 나오는 거겠지 싶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뱉어냈다. 입술을 어루만지면서 다른 손으로는 액정을 손가락으로 살살 훑었다. 그만 보는 게 낫겠다. 휴대폰의 액정을 끄고 창밖을 바라봤다.
***
택시에서 내린 한율은 그래도 한 번 와 봤다고 동네가 제법 익숙했다. 높낮이가 다양한 건물들 사이로 우뚝 서 있는 오피스텔은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고가에 속했다. 어떻게 들어가야 되지. 이 근방에서 보안이 가장 강한 곳이라 그런지 카드키를 몇 번은 찍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한율이 입구에서 망설이는 사이, 누군가 한율의 어깨를 낚아챘다.
“아…… 깜짝이야.”
“몇 시에 도착한다고 말을 하든가. 그냥 곧 도착한다고만 하면 어떻게 알아.”
권우였다. 모자를 눌러쓰고, 상하의는 트레이닝복으로 맞춰 입었다. 워낙 큰 키에 체구도 좋아 팬들이 힐끔힐끔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 가서 얘기해.”
권우가 앞서 걸었다. 한율이 그 뒤를 따랐다. 슬금슬금 팬들이 붙었고, 권우는 욕을 내뱉으며 뿌리쳤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 한율은 뒤에서 눈치를 봤다. 오는 길에 받은 편지를 꾹 쥐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두 사람은 말없이 서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침묵이 이어지다가 먼저 입을 연 건 한율이었다.
“끝나는 시간 어떻게 알았어? 라디오 듣고 있었어?”
“무슨 헛소리야. 8시에 시작하는 방송이 10시에 끝나는 건 당연한 거지.”
“……응, 그렇지.”
보통은 앨범 홍보를 위해 나온 게스트는 2부에서 3부까지만 방송했다. 오늘은 코스원 특집 방송으로 4부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권우도 데뷔 초에는 라디오에 출연했기 때문에, 2부랑 3부만 방송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10시에 전화했으면서. 한율은 힐끔거리며 권우의 눈치를 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기대하지 말자.
애초에 기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권우는 1년 가까이 한율을 증오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하는 걸 본 이후에는 다음 날 바로 탈퇴하겠다고 사무실을 뒤집어엎었다.
고작 정사 한 번 가졌다고, 권우가 섹스 파트너로 지내자고 했다고 헛된 기대를 품으면 안 됐다.
“씻고 와.”
권우가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한율은 고개를 끄덕이곤, 거실에 있는 욕실로 향했다. 권우는 그사이 침실로 들어갔는지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한율은 그 문을 잠시 바라봤다가 이내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하는 건가.
섹스……하는 거겠지.
한 번 권우와 잤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날 밤은 생생히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흥분에 차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뒤에서 밀려오는 성기를 꾸역꾸역 받아 냈다. 모든 감각이 생생했기에 한율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받으며, 자신을 달랬다. 그래야만 했다.
침실로 들어가자, 권우도 샤워를 했는지 방 안에는 묘하게 습기가 차 있었다. 그리고 거실 욕실과 똑같은 샴푸 향과 샤워 코롱 향이 났다. 권우는 침대에 누워 대본을 보고 있었다.
벌써 새 작품 들어가는 건가?
한율은 침실 입구에 서서 쭈뼛쭈뼛 권우의 눈치를 봤다.
“거기에 서서 뭐 해.”
“아…….”
“침실에서 하는 건 취미가 아닌가.”
권우에게로 다가갔다. 씻고 나왔을 때는 욕실 입구에 실크로 된 가운이 놓여 있었다. 이런 것까지 준비하는 건가. 그래도 방송국을 돌아다니다가 온 옷보다 낫겠다 싶어 몸 위에 걸쳤다. 맨질맨질한 촉감이 이상했다. 한율은 몸을 덮고 있는 실크를 만지작거렸다.
권우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는 누울 수 없었다. 왠지 한 이불을 덮는 게 민망했다. 한 숙소를 쓸 때는 자주 같이 자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남에 가까운 사이였기에 그럴 수 없었다.
권우는 읽던 대본을 덮었다. 협탁 위에 올려놓고, 한율의 허벅지를 매만졌다. 실크의 차가운 감촉이 맨살에 느껴졌다.
“읏.”
한율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이겼다. 권우는 갈라진 가운 틈으로 뜨거운 손을 밀어 넣었다. 한율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감각이 더 생생해졌다. 곱살한 외모와 달리 굳은살이 박인 거친 손이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어 여린 살을 주물렀다.
“자, 잠깐만.”
“서서 할까?”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한율은 입술을 한 번 물고는, 무릎을 굽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침대 한쪽이 기울어졌다. 권우는 피식, 웃음을 내뱉고는 몸을 옮겨 한율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한율은 권우의 옆에 뻣뻣하게 누웠다.
권우는 한율의 몸 위로 올라왔다. 방금까지 시야에 들어왔던 조명 대신 권우의 얼굴이 찼다. 밝은 빛의 머리카락과 한율이 사랑하는 눈동자에 제일 처음 시선이 와 닿았다. 그러나 저를 보는 표정은 서늘하기만 했다. 권우는 한율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살을 빨았다. 이로 짓이기다가 혀로 질척하게 핥으며 흡입했다.
어느새 하얀 나체가 드러났다. 한율은 왠지 부끄러워 천을 들어 몸을 가리려고 했지만, 권우의 손에 의해 저지됐다. 권우는 고개를 내려 한율의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쭙, 쭈웁, 쭙.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한율의 동그란 유두를 입에 넣고 일부러 소리 내며 빨았다. 축축한 혀가 닿았다. 동그란 모양을 타고 움직이며, 장난치듯 툭툭 건드렸다. 한율은 낯선 감각에 달뜬 숨을 뱉었다.
“하아…….”
권우는 말없이 행위를 이어 갔다. 반대쪽 유두는 손으로 매만졌다.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붙잡고, 검지의 손톱을 세워 꾹꾹 눌렀다. ‘아파.’ 한율이 말했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죽죽 잡아당기며 장난을 쳤다.
한율은 눈을 감고 입술을 말아 물었다. 아래로 피가 몰렸다. 만지고 빨리는 건 가슴인데, 왜 그쪽이 반응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권우의 가슴과 배 주변에 한율의 발기한 성기가 부딪쳤다. 한참 한율의 유두를 빨던 권우가 몸을 일으켰다. 반쯤 발기한 한율의 성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젖꼭지 좀 빨았다고 그새 서냐.”
권우의 손이 한율의 성기를 툭툭 쳤다. 공을 던지고 놓듯이 성기를 들었다가 놓았다. ‘흐으, 흐.’ 한율은 허벅지를 모았다가 권우의 손에 의해 벌어졌다. 한율은 두 손을 내려 아래를 가렸다.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 혀를 빼 내밀고 입술을 축였다. 키스하고 싶어.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손 떼. 뭐 하는 거야.”
“…….”
“네가 좋아하는 남자가 자지 봐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보여 줘야 되는 거 아니야? 딸치는 거라도 보여 줄래? 내 이름 부르면서 잘도 흔들어 댔잖아.”
“그, 그렇게 말하지 마.”
“뒷구멍은 안 만졌어? 쑤셔 주니까 좋다고 울던데.”
권우는 음란한 말을 내뱉으며 한율의 몸을 뒤집었다. 한율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권우의 향이 났다. 숨을 들이켰다. 수치스러움에 눈물이 나왔다.
권우는 한율의 자세를 고쳐잡았다. 무릎을 꿇리고, 엉덩이를 들쳐 올렸다. 그러곤 둔부를 벌리며 움찔거리는 구멍을 바라봤다.
뜨겁고 끈적한 시선이 한율에게도 느껴졌다. 수치스럽고, 부끄럽지만 그만큼 흥분되기도 했다. 그토록 원하던 권우와 맨정신일 때 관계를 맺게 되었으니까.
권우는 한율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혼자 뒤로 쑤셔 본 적 있냐?”
“…….”
“묻잖아. 쑤셔 본 적 있냐고.”
“……없어.”
권우는 잠시 한율의 몸에서 손을 뗐다. 협탁 서랍을 열어 러브젤과 콘돔을 꺼내 침대 위로 내던졌다. 한율은 침대로 떨어지는 것들을 바라봤다가 다시 베개로 얼굴을 묻었다. 튜브에서 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권우의 손바닥으로 짜내진 젤을 매만지자 질척한 소리가 한율에게도 와 닿았다. 그러곤 손바닥을 한율의 구멍에 가져다 대고 흘러내리게 두었다.
“흐읍.”
한율은 숨을 들이켰다. 손가락이 구멍으로 밀려 들어왔다. 거부감이 일었다. 배 속이 거북했다. 구멍에 힘을 주자, 권우가 말했다.
“힘 빼. 고작 손가락 한 개인데, 이렇게 물면 내 좆은 어떻게 받으려고.”
“으으…….”
권우는 쑤셔 넣은 손가락을 고리처럼 굽히고 내벽을 문지르며 말했다.
“술 좀 마실래? 그래야 괜찮겠어?”
한율은 고개를 내저었다. 술에 취하면 금방 이성을 잃었지만, 맨정신일 때가 나았다. 적어도 이성은 있으니, 짐승처럼 매달리진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또 다른 손가락이 안에 들어찼다. 성행위를 하듯이 손목을 움직이며 손가락이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압. 한율은 그때마다 거북함을 참지 못하고 베개를 세게 쥐었다. 시트가 바르작거리며 주름이 일어났다가 꺼졌다.
손길이 닿지 않은 성기에서 투명한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한율은 시트를 더럽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제 성기를 부여잡았다.
“좆 잡지 마.”
권우가 손을 뗐다. 한율은 후들거리는 팔을 품 안에서 빼냈다.
“그냥 구멍 쑤셔 주면, 쑤셔 주는 대로 가라고. 꼴에 사내새끼라고 자지 안 잡아 주면 가지도 못해?”
권우가 말을 이었다.
“다리 더 벌려. 허벅지에 힘주고.”
안 그래도 밀려오는 흥분 때문에 무릎을 제대로 굽히고 있기도 힘들었다. 한율은 몸을 움직이며, 다리를 벌렸다. 무릎으로만 몸을 지탱하고 있어 괴로웠다. 권우는 손목을 몇 번 더 움직이며, 추삽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빼냈다.
“일어나.”
권우의 명령에 한율은 몸을 일으켰다. 권우는 한율의 뒷머리를 잡아 자신의 다리 사이에 눌렀다. 거대한 성기가 볼에 닿았다. 못해도 마른 사람의 팔뚝 정도는 될 굵기였다. 두껍고 거대했다. 인터넷에서도 ‘새벽짤’이라는 이름으로 권우의 하체를 클로즈업한 성희롱 사진이 돌아다녀 사무실에서도 난처했는데. 발기하니 그것보다 더했다.
“빨아.”
권우는 한율의 입술에 제 성기를 문질렀다. 입술선을 타고 잘 까진 귀두를 문질렀다. 한율은 입을 크게 벌려 권우의 귀두를 담았다. 혀가 짓눌리고, 입천장까지 닿았다. 고작 귀두뿐인데도, 더 품을 자리가 없었다.
“쓰읍……. 뒷구멍도 입도 다 좁아서 어떡하냐.”
한율은 어찌할 줄 몰라 눈을 치켜뜨고 권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순간 권우의 미간이 좁아졌다. 권우는 한율의 뒤통수를 꾹 눌렀다. 으읍, 읍! 한율은 권우의 탄탄한 허벅지에 두 손을 받쳤다.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젖까지 짓눌렸다. 더 이상 들어갈 곳도 없는데, 권우는 자꾸만 자신의 성기를 입 속으로 처넣었다.
“제대로, 후으, 하라고.”
그러곤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다시 한번 쑤셔 넣었다. 한율은 권우의 허벅지를 긁었다. 입술이 벌어진 틈으로 침이 줄줄 흘러 그의 기둥을 타고 떨어졌다. 반복적인 행위에 한율의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