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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쓰는 타이탄 1권(22화)
5장. 격랑의 물살(6)
‘최근 들어 이황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레스터에 대해 호의적이던 궁의 분위기가 조금씩 싸늘하게 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율리아는 아카데미로 돌아가 있었다. 위령제를 기점으로 해서 황태자와 이황자의 사이는 극도로 경직되기 시작했고, 그 분위기가 궁 안을 장악하고 있었다. 움직여야 할 황제는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카일은 타이탄이 마법을 사용하는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 최고 사령관이었던 브루어 올바드 경을 살해하고 퇴각 명령을 내린 것은 바로 그였다. 그 때문에 도망이 늦어져 퇴각하는 병력의 가장 후방에 있었다. 그러던 와중 레스터가 타이탄을 움직이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마법을 쓰는 타이탄이란 그 자체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한 개인의 힘이 역사를 바꾸는 일은 흔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강력한 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타이탄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병기 개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카일이 매력을 느낀 것은, 다름 아닌 그 타이탄을 움직이고 있는 레스터 펠리노라는 인간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모든 전투를 눈에 담고 있었다. 기사의 이름뿐만 아니라 타이탄에 탑승하고 있는 오퍼레이터들까지도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레스터 펠리노라는 인물은 발군이었고, 그와 함께 탑승하고 있는 기사의 악명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 레스터 펠리노는 붉은 타이탄에 맞서 가장 최후까지 살아남았다. 어느 시점에서 올바드 경이 사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최초의 도주까지는 살아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 도망치는 아군을 감싸고 괴물 같은 적을 맞아 물리친 것은 틀림없는 레스터 펠리노의 행동.
그는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후퇴하는 아군의 뒤를 지켰다. 기사도 아닌 일개 오퍼레이터로서 순식간에 타이탄을 조작한다는 기가 막힌 일을 성공시킨 이후, 원래라면 괴멸에 빠져야 했을 아군을 살려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불가능한 현실이었고, 자신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힘. 카일이 매료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전장은 변수로 가득 차 있으나 그것도 상식선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카일은 그날 두 개의 기적을 지켜보았다. 하나는 홀로 십여 기의 타이탄을 상대하는 붉은 타이탄이요, 또 하나는 마법을 사용하는 타이탄이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주 거칠고 강한 바람이.’
카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일 그 바람을 탈 수만 있다면, 자신이 상상하는 이상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위령제가 끝난 지 한 주가 지났다. 레스터는 군사재판의 소식을 듣고, 궁 밖으로 호송되어 중앙재판소로 향했다.
구 시가지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백여 년 전만 해도 도시의 중심이었으며 일반적인 사법재판뿐 아니라, 정치재판이나 왕실의 법도에 관련한 사항까지도 다루던 중대한 장소였다. 중심지가 이전된 지금도 여전히 법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은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민사 재판소의 역할을 주로 맡고 있었다.
역할이 축소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백 년 전의 위용만은 남아 있어,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레스터는 외부로 뿜어져 나가는 제국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레스터는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레스터와 비슷한 사안의 경우 보통 현장에서 책임자에 의한 즉결심판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판결을 내려야 할 총책임자인 브루어 올바드 경이 사망했으며, 메로링거 올바드 경 역시 본인의 독단에 의해 사망하였다고 알려져 있기에 마냥 죄를 묻기에도 마뜩찮은 부분이 있었다. 결국 군사재판만이 레스터의 처우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복도에 들어서자 웅성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서 레스터는 안내자의 인도를 받아 재판소 안으로 들어섰다.
군사재판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참관은 거부되었으나, 고위층의 자제나 호기심 많은 귀족들이 이미 재판소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굳이 중앙재판소를 고른 이유도 이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 사람들이 한마디씩 떠들자 장내는 금세 소란으로 가득 찼다.
땅! 땅!
재판장의 의사봉 소리와 함께 장내가 진정되고 이윽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재판은 다섯 명의 법무관이 일반적인 민사재판과 달리 레스터의 죄를 낭독하고 그것을 레스터에게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재판관 중 한 명이 손에 든 서류를 읽어 내렸다.
“기사를 보필하지 못한 죄, 인정하는가?”
“인정할 수 없습니다.”
“타이탄을 훼손한 죄, 인정하는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살아 돌아온 죄, 인정하는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재판관의 태도는 명백하다.
유죄.
“이하 죄목에 대해 본 재판관은 사형을 언도한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레스터는 모든 죄목을 반박했다. 어느 하나라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목숨은 그대로 끝이 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카일의 말을 떠올렸다.
“어차피 재판은 절차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과는 재판 전에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만약 호의적인 분위기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하지만 만에 하나 정세가 불리하게 흘러간다면 가지고 있는 패를 보여야 할 겁니다.”
또 다른 재판관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대의 잘못만은 아니다. 올바드 경의 독단적인 판단이었으니, 그대에게 죄를 묻는 것은 부당하다. 본 재판관은 무죄를 주장한다.”
무죄.
레스터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 한 명이라도 무죄를 주장한다면, 처벌을 피할 순 없을지라도 사형만은 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기사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명백하외다. 제국의 법이 지엄하니 법대로 처리하는 게 옳소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만이 법은 아니오. 이 오퍼레이터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소이다. 어쨌든 그는 영웅의 마지막을 지켜본 자요.”
“그러니 더욱 법을 엄하게 적용해야 하지 않겠소!”
재판관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재판장 내의 사람들도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레스터 본인은 자기 자신을 항변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무기력하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눈앞의 먹이에 눈이 팔려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기사들을 수없이 모셔 왔다. 이제야 그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인 것이다.
“평민의 신분으로 황제 폐하의 은덕을 받아 명예 작위를 얻었으면서도 귀족을 보필하지 못한 것은 크나큰 죄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처형당하기에 충분하외다. 더 이상의 토론은 의미가 없소이다.”
그 말에 재판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명예 작위가 있다고는 하나 허울 좋은 이름일 뿐, 평민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닌다. 평민은 평민인 것만으로도 죄였다. 그것이 바로 대부분의 귀족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며, 또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레스터를 변호해 주던 재판관도 주변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평민을 하나 살리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땅땅땅!
재판장이 의사봉을 휘두르며 장내 분위기를 정리했다.
“레스터 펠리노, 이하의 증언과 판결을 모두 인정하겠는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레스터 펠리노, 재판 절차가 공정했다고 인정하겠는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레스터 펠리노. 본 재판장은 올바른 증언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모두의 시선이 재판장에게 향했다.
“그대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재판장이 그렇게 외치며 의사봉을 들었다. 레스터는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질 뿐이다.
“잠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최후 변론을 요청하는 것인가? 군사재판에 변론은 허용되지 않네.”
“그것이 아닙니다. 다만, 사실과 다른 점을 알리고 싶을 뿐입니다.”
“뭐라고?”
재판장은 입술을 꽉 다물며 인상을 썼다. 레스터는 그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증언은 모두 거짓입니다. 메로링거 올바드 경은 최초의 퇴각 때 이미 사망. 도망치는 아군을 보호한 것은 저 레스터 펠리노가 한 것입니다.”
레스터의 말에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숨 한 번 들이쉴 시간이 지난 후,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저 녀석이 뭐라고 한 거야?”
“죽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미쳤나 봐! 세상에 말이 되는 소리야?”
“모두들 조용히 하시오!!”
땅땅땅땅!
재판장이 의사봉을 휘두르며 소리를 쳤지만 장내의 소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만큼 레스터의 발언은 황당했다.
장내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자 재판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대가 타이탄을 몰아 아군 병사를 지키고 적 타이탄과 교전을 벌였다는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사형을 언도받는 죄인을 수없이 많이 지켜봐 왔지만, 그대처럼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는 또 처음 보는군. 그대의 의견은 잘 알겠네. 하지만 받아들일 순 없군. 그럼 판결을 언도하겠네.”
“증인이 있습니다!”
“증인?”
“네, 그때 저와 함께 타고 있던 사제분이…….”
“타이탄에 사제를 태웠다는 말인가?”
재판장의 반문에 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 사제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레스터는 재판소를 둘러보았다. 피아는 카일에게 부탁한 상태. 늦지 않게 도착한다고 말했고 지금쯤에는 반드시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없다.
레스터의 당혹스런 얼굴을 보던 재판장이 분노하며 외쳤다.
“더 이상 본관을 농락하지 말라! 여봐라, 저 죄인을 끌어내어 지하 감옥에 가두도록 하라!”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레스터의 양팔을 잡아챘다. 레스터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웃고 있었다. 광대를 보는 듯한 얼굴로, 그들은 손가락질하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울컥,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율리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사형당하는 것은 절대로 사양이었다.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그의 뜻대로 하게 둘 수는 없었다.
레스터는 속으로 조용히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독 구름을 퍼뜨려서 아주 조용히 이곳을 빠져나간다. 이후 율리아를 찾아 수도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다. 레스터는 끌려나가는 와중에도 캐스팅을 마치고,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시동어를 뱉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
“잠깐! 멈추시오!”
그 순간, 재판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백발의 사내, 미하일 보로미로프 후작이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그자는 내가 직접 심문하겠소.”
“하, 하지만, 보로미로프 경. 그것은 법에 어긋나…….”
재판장은 곤란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비록 미하일 후작이 타이탄 관리소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직함을 달고 있다 한들, 황제 폐하의 직속 수하라고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한들 지금 그의 요구는 무례한 점이 분명히 있었다.
적어도 이곳은 재판이 진행 중이고, 그것을 주관하는 이는 바로 자신이었다.
“타이탄에 관한 일이오. 나에게도 심문한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오만.”
“그, 그건…….”
재판장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미하일이라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실세 권력 중 한 명이다. 그에게 굳이 대항해서 척을 지느니 지금은 적당한 선에서 물러서는 것이 옳았다.
“타이탄에 관한 일이라면…… 보로미로프 경께서도 심문할 권리가 있겠지요. 그럼 심문하시지요.”
“레스터 펠리노!”
미하일은 뚜벅뚜벅 걸어나오며 레스터를 향해 소리쳤다. 병사들에게서 풀려 나온 레스터는 고개를 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곁엔 카일과 피아가 나란히 서 있었다.
‘어차피 평민의 말 따윈 들어주지 않을 거라 알고 있었던 건가…… 당신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군.’
레스터는 카일에게 눈빛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카일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대가 타이탄을 조종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미하일과 레스터, 두 사람 외에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미하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그대가 타이탄에 탑승한 채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거짓을 고하느냐!”
미하일의 호통에 레스터는 온몸이 저릿저릿 떨려 왔다. 그러나 레스터는 물러서지 않은 채 그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거짓이 아닙니다. 그쪽의 사제분도 함께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레스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피아에게로 쏠렸다. 피아는 조용히 앞으로 나서더니 청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명 에피알게나스라고 합니다. 엘을 모시는 사제로서 이곳에 있는 모든 분에게 아뢰오니, 빛의 이름에 기대어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대가 고해 보오. 저자의 말이 진실이오?”
미하일의 물음에 피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엘 사박디니 라 아헬다임. 이곳에 계신 분의 증언은 제가 보고 경험한 것과 일치합니다.”
“거짓이오!”
그 순간, 흥분한 목소리가 재판관석에서 튀어나왔다. 다섯의 재판관 중 가장 강하게 레스터의 처벌을 주장했던 중년의 사내였다. 미하일이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 타이탄 관리소장을 하고 있었지만, 전성기 때의 그는 황제의 곁에서 대륙을 질타하던 일급 무장이었다.
그의 싸늘한 눈빛이 닿자 중년의 재판관은 몸을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미하일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엘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사제의 증언을 의심하는 자가 또 있소?”
아무도 대답하는 자가 없다.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판장을 보았다.
“이보시게, 재판장. 보아하니 이자의 증언이 거짓만은 아닌 듯싶소. 내가 제안 하나 하지. 일주일 후, 타이탄 훈련장에서 이자의 증언을 확인해 보고, 그것이 거짓일 경우 이자뿐만 아니라 여기의 사제분까지 함께 처벌을 받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소?”
“그, 그건…….”
“그녀의 죄목은 위증죄라오. 물론 그 증언이 거짓이라면 속세의 처벌뿐만이 아니라 신벌도 함께 감내해야겠지만.”
마지막 말은 피아를 보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피아는 그저 맑은 눈망울로 그의 시선을 받아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