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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술사 1권(14화)
Chapter 7 챠크라(Chakra)(2)
이스마엘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똑바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순간 이욱의 몸에서 무언가 커다란 공간이 열리더니, 마나를 깡그리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 처음 보는 기현상이었다.
남들이라면.
1년, 아니 2년 가까이 걸리는 마나를 단번에 흡수했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이스마엘은 급히 쓰러진 이욱에게 달려갔다.
“크윽!”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주위에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흥건한 땀, 그 땀에서 나는 악취였다. 챠크라가 열림과 동시에, 몸에 있던 노폐물의 일부분을 밖으로 배출해 낸 결과였다.
이욱을 본 이스마엘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남들은 보여 주지 못했던 신기한 방법으로 마나를 깡그리 흡수했다.
과연 달랐다.
역시 권능이 인정한, 선택한 후계자가 확실했다. 이스마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1년 후.
하자르가 제안했던 대결.
그 결과가 몹시도 궁금해졌다.
이욱은 한동안 챠크라를 열고 닫는 것에 집중했다. 마나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마나를 담은 챠크라가 열려야만 했다.
허나 챠크라가 ‘열려라!’ 해서 쉽게 열리지는 않았다. 끊임없는 수련으로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챠크라를 한 번 열고 닫을 때마다 온 기력이 소진되어 이욱은 곧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더욱이 그것도 챠크라를 완전히 연 것은 아니었다.
챠크라를 완전히 열면 몸이 버티지 못한다.
그래도 이욱은 쓰러지지 않았다.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짐은 그때로 족했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의 챠크라를 열었다.
그다음에는, 전보다 약간 더. 다음에도 약간 더. 조금씩, 조금씩 챠크라를 여는 수준을 높여 가고 있었다.
챠크라를 여는 수련을 하면서 이욱은 틈틈이 언어 공부에도 힘썼다. 말은 이스마엘이 적극적으로 가르쳤다. 뛰어난 현자이기도 했던 이스마엘의 강의로 이욱은 점점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이욱이 택한 방법은 그저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이다. 각종 문화와 역사가 담긴 책을 소리 나는 대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언어 실력이 쑥쑥 늘고 있었기 때문. 단어 하나, 하나의 뜻을 깊이 이해하고 문장 부호 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그렇게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수월해지고 있었다. 더욱이 동시에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난생처음 듣는 말이 단기간에 빨리 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덕택에 이욱의 말투는 점점 딱딱해졌다.
문장은 짧게 끊어서 단어로서만 의미를 표현하다 보니, 정말 무뚝뚝한 느낌을 풍긴다랄까? 하여튼 그랬다.
거의 이 주 가까이가 지나갔다.
‘후우웁.’
이욱은 심호흡을 했다. 순간 폐가 산뜻한 공기로 팽창하더니, 그 느낌 그대로 푸른 마나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을 시작으로 이욱의 챠크라가 절반쯤 열렸다.
우우웅!
챠크라가 열리자 충만한 마나의 기운이 가득했다.
‘시원하다.’
마나의 느낌은 그랬다.
푸르른 빛을 띠는 것부터, 시원했다. 아니 실제로 시원했다. 사막에서, 이욱은 차가움을 느끼고 있었다.
무려 이 주였다.
챠크라 수련에 집중한 것이.
사실 21세기의 한국에서라면 챠크라를 일깨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연의 소리, 즉 마나의 소리인 나다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
마나는 자연을 이루는 모든 만물, 곧 그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환경이 곳곳에 있는데 마나의 양이 많겠는가, 적겠는가?
반면, 여기 사막처럼 자연 그대로, 자연을 이용해 환경을 만들어 낸 이곳은 마나가 풍부하다. 그 덕분에 챠크라를 쉽게 일깨울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완전히 다 열면 위험하긴 했지만.
그때, 홀연히 이스마엘이 나타났다.
“이젠 마나를 쉽게 네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겠군.”
“……그런 것 같다.”
“그럼 본격적으로 주술을 배워야 하겠군.”
이스마엘을 스승으로 모셨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을 대하는 이욱의 말투는 상당히 건방졌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나무라지 않았다. 말을 급하게 배우는 과정에서 저럴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저 정도라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랄 일이다.
“일단 주술사와 마법사가 다른 이유는 이미 책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만. 한번 짚고 넘어가야지.”
이스마엘의 말에 이욱은 집중했다. 이제부터 나오는 말은 피가 되고 살이 될 중요한 이야기들이었다.
“주술사와 마법사는 그 사용하는 에너지가 ‘마나’라는 점에서는 같지.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분명 큰 차이가 있는데. 그건 바로 마나를 사용하는 과정이야.”
“…….”
“마법사와 주술사 모두 몸에 마나를 축적하지. 그러나 마법사는 그 모은 마나를 일순간 폭발시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지. 예를 들어 기본적인 불 계열 마법을 사용할 때도, 허공에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를 만든다든지 그렇지.”
이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는 허공에 마나를 집약시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이미 책으로 배워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주술사는 달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거지. 가령 여기 불이 있다. 그럼 마나를 통해 불을 다룰 수 있어. 허나, 불이 없다. 그럼 마법사처럼 불을 만들어 내느냐? 못한다는 것이다.”
이욱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물론 완전히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미리 접해 본 난 후라,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절로 들 수밖에 없는 의문이 있었다.
기존에 있는 자연을 마나로 움직이는 주술.
반면, 마나로 원소를 허공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 이것들만 본다면 마법이 훨씬 좋아 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아무런 마법을 연이어 퍼부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건.
“한 개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야.”
이스마엘이 이어 설명했다.
“마나를 이용해 인위적인 자연을 만들어 내는 마법. 반면, 주술은 기존의 자연에서 마나를 이용해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지. 생각해 보게. 어느 것이 더 강하겠는가? 마나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자연? 아니면 세상이 창조될 때 생긴 자연 그대로이겠는가?”
후자였다.
당연 후자였다. 마법은, 단지 자연을 마나로 흉내 내는 모방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술은 아니다. 자연 그대로다. 자연 그 자체를 마나로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자연 그 자체와.
모방품.
어떤 녀석이 더 강하겠는가.
어떤 모방품이던, 본 진리를 따라올 수 없는 법이다.
주술은 마법보다 강했다. 그것은 이스마엘의 60년 인생 중에 단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당연한 진리였다.
“물론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지. 허나, 사막은 아닐세.”
“…….”
이욱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스마엘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사막에서 다룰 수 있는 자연은 뭐겠는가?”
그 말에 이욱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사막에서 다룰 수 있는 자연이라?
물? 아니다. 물이 얼마나 부족한가.
불? 글쎄…… 이것도 아니다. 바람? 사막에도 돌풍이 많이 불기야 한다지만…… 글쎄.
번쩍.
그때, 이욱의 시선에 황금빛이 번쩍였다.
그런 황금빛이 태양에 반사되어 눈을 부시게 하고 있었다. 모래들이었다. 그런 모래가 끝이 없다.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아 있기도 했고, 마치 지평선처럼 드넓게 펼쳐져 있기도 했다.
주위를 한번 빙 둘러본 이스마엘이 말을 이었다.
“사막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널 이길 수 없게끔 할 수 있어. 어떤 자연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욱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마엘이 말하고자 하는 얘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주술은 마나로서 자연을 다룬다. 허나 다룰 수 있는 자연이 없다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러나.
여긴 사막이다.
수많은 모래가 넘쳐 나는.
그런 사막에서 다룰 수 있는 자연 중에서 무엇을 다루면 되겠는가.
무엇을 다루면 주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겠는가?
이욱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혔다.
덩달아, 이스마엘의 미소도 짙어졌다.
“넌 모래를 다룬다.”
* * *
“난감하군.”
난감했다.
이욱은 표정을 사납게 구긴 채, 정신을 집중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된 마나. 그의 몸에서 옅은 수증기와 함께 푸른 마나가 뿜어졌다.
아주 미약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에너지는 무시 못 할 정도로 대단했다.
화아악.
마나는 반짝이는 모래의 곁으로 다가갔다.
모래의 표면에 마나가 닿긴 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욱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 흘렀다.
모래를 다뤄야만 했다.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모래도 하나의 자연이긴 했지만, 생명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이.
생명이라면 마나가 접근하면 응당 반응을 보여야 했다. 그러나 모래는 무생명체. 마나에 반응이 할 리가 없었다.
마나로서 자연을 다룬다면, 그 마나를 이용해 모래를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그러나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도대체 좋은 방법이 없는 걸까?
이욱은 한참을 고민하고, 행동에 옮겼다.
그러나 모든 수가 번번이 실패였다.
모래를 다루는 점에 실패했어도, 이욱은 다른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꾸준히 챠크라를 숙달되게끔 열고 닫고를 반복했다. 더욱이 챠크라 하나를 더 열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별다른 차도는 없지만 꾸준히 한다면 제2챠크라가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이욱은 언어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보였다. 이제 프리토킹이 완벽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제법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읽는 책들에는.
이 세계의 수많은 문화, 역사, 지리들이 담겨 있었다. 자연히 이욱의 머릿속엔 방대한 자료들이 착착 쌓이고 있었다.
“흠.”
이욱은 관자놀이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도대체 모래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나로 아무리 접근을 시도해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쯤 되니 답답할 지경이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얼마나 쌓였을까.
이욱이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자, 이스마엘이 나섰다.
“마나를 느끼고, 자신의 힘으로 다룰 때를 생각해 봐.”
“…….”
이스마엘의 조언.
자세한 설명은 아니었으나 분명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이욱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니, 더 생각해 볼 것도 없다.’
고민을 하던 이욱이 고개를 저었다.
조언,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됐다. 귀찮게 말을 빙빙 돌리는 성격의 이스마엘이 아니었다. 어쩌면 직설적이면, 직설적이라고 볼 수 있는 그런 성격이었다.
그런 인물이 무슨 함축된 의미를 담긴 말을 하지는 않았을 터.
이욱은 조언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나를 느낄 때와 같이…….’
자신이 마나를 느끼려 했을 때 어떻게 하였던가?
가부좌를 취하고 호흡으로 신체를 일깨웠다. 그리고 챠크라를 열어 마나와 소통했다.
챠크라?
‘그것이다!’
순간 이욱의 눈이 번쩍 뜨였다.
머릿속이 한순간에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딱히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었다. 고작 이것 갖고 일주일 가까이 끙끙된 사실이 오히려 창피해질 정도였다.
‘소통!’
소통.
핵심, 키워드였다.
마나를 느끼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명상을 계속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마나를 느낀 순간. 기쁨도 잠시, 상황이 암울해지지 않았던가?
왜냐? 마나를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생각해 낸 기발한 방법이 챠크라였다.
챠크라를 여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한 번 열리고 난 후부터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때 챠크라가 어떤 방법으로 마나를 끌어 모았단 말인가?
바로, 소통이다.
마치 기막힌 달변으로 이야기하듯.
마나와 소통해서 끌어들이지 않았던가.
이욱은 느낄 수 있었다. 챠크라는 마나와 소통했다고. 그 기운을 받아들이고 서로 소통했다는 사실을.
모래는 마나에 반응하지 못했다.
아니, 마나는 모래와 소통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리라.
그러면.
챠크라는 어떨까?
이욱은 더 이상 생각하지도 않고 가부좌를 취했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하며 심신을 일깨웠다. 세포 하나하나가, 맑은 공기의 흐름에 깨어난다.
온몸에 푸른 기운이 타고 흘렀다.
“후우웁.”
숨을 들이마시자 폐가 풍선처럼 팽창했다. 푸르른 마나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욱은 챠크라를 일깨웠다.
우우웅! 콰콰콰!
“……!”
이욱의 내부가 강하게 흔들렸다. 거대한 공명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무언가 울컥 치솟는 듯한 느낌에 이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꾹 참았다. 전신을 뒤흔드는 요란한 공명음에도 버티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단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절대 흩뜨려져서는 안 된다!
이욱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절대로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흐트러지면 챠크라가 흔들리고, 그렇게 되면 마나도 순간 힘을 잃으리라.
이욱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전과는 달리 챠크라를 완전히 열고 있었다. 모래와 소통하는 일. 챠크라를 한 번에 다 열어 버리면 기력소진이 장난이 아니었으나, 전력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어쩌면, 이 정도로도 모래와 소통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럼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우우우웅!
끝내 챠크라가 완전히 열렸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이욱의 몸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수련 때와는 다르게 미진한 구석 없이 챠크라를 완전히 열어 놓은 상태.
아무리 수련을 꾸준히 해 왔다지만 버티기 힘든 일임에는 자명했다.
그럴수록 이욱은 입을 악물었다.
당장 비명이라도 내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입에서 피가 새어 나왔지만, 이욱은 그것에 신경 쓸 틈도 없었다.
오라.
나와 함께 가자. 나에게 오라.
챠크라는 소통을 시작했다. 마나를 느낄 때 그랬듯이, 다시 한 번.
다만 바뀐 점이 있었다. 전과는 달리 챠크라는 그냥 소통하지 않았다.
바로 마나를 이용하며 소통을 했다.
마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됐다.
모래와 소통하는 하나의 매개체!
만약 다른 주술사들이 보았다면 분명 기절초풍하리라. 그만큼 이욱이 저지르는 일은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마나가 하나의 매개체가 되다니?
그것이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마나는 소통 과정의 매개체가 아니었다. 소통을 하는 주관자의 입장이었다.
자연과 마나가 소통한다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주술사들이 몇 년에 걸려서야 성공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욱은 달랐다.
주관자의 입장인 마나를 오히려 매개체로 이용했다. 챠크라와 자연의 매개체!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챠크라. 그 챠크라가 소통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녀석이 마나였다.
주관자적인 입장의 마나를.
자연과 소통하는 챠크라의 매개체로 이용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그 효과는 금세 드러났다.
스스슥!
모래 알갱이가 푸른 마나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미약한 움직임.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움직임이었지만 이욱은 분명 느꼈다.
‘반응하고 있다!’
반응하고 있었다.
미약한 움직임이긴 했지만 분명 반응하고 있었다.
이욱은 챠크라를 이용해 자신의 의미를 전했다.
나를 따라오라.
모래를 하여금 자신을 따르기를 바랐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적어도 모래를 이용한 주술을 다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줘야만 했다.
우우웅!
챠크라는 계속해서 소통했다.
그리고 그것이 상당한 효과를 보이는가 싶었다.
푸른 마나에 움직이는 모래의 수가 확연히 많아졌기 때문!
조금씩,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점점 늘어났다.
‘됐다! ……으음?’
이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려는 찰나.
“흡!”
이욱은 별안간 헛숨을 들이켰다.
콰콰쾅! 콰쾅!
순간, 역류하는 마나!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기에 이욱은 당혹했다. 아무리 침착하며 마나를 다스리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갑자기 날뛰기 시작한 마나는 무섭기 짝이 없었다.
콰콰콰콰!
미친 듯이 날뛰는 마나는 폭주기관차마냥 이욱의 몸 곳곳을 헤집었다.
‘크윽!’
그것은 한계였다. 챠크라를 무리하게 완전히 개방하고 너무 오랜 시간을 끌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한계에 도달해 챠크라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했다. 그에 따라 챠크라에 담긴 마나도 침착성을 잃고 날뛰었다.
쿠쿠쿵! 콰콰콰콰!
마나는 거침없이 이욱의 몸을 누볐다.
온몸을 누비며, 거치적거리는 것들은 닥치는 대로 부쉈다. 마나를 막아서는 세균들, 세포들, 바이러스들, 내장 기관들, 그냥 닥치는 대로 부쉈다.
푸른 마나가 핏빛에 얽히고설켜 이욱의 내부를 진탕으로 만들었다.
“크…… 크윽!”
이욱은 이를 악물고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온몸이 결박된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몸속에서는 마나의 폭주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