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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술사 1권(15화)
Chapter 7 챠크라(Chakra)(3)
“도대체 무슨……!”
이욱의 갑작스러운 마나폭주에 이스마엘이 황급히 뛰쳐나왔다. 늘 이욱을 지켜보는 그로서는 이 일이 너무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나폭주!
이스마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나폭주는 무척 희귀한 현상이다. 몇 년을 거쳐서 마나를 모으고 다루는 주술사에게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현상.
그러니 이스마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챠크라를 사용한 점에 대한 부작용이 온 터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라면 몇 년에 걸릴 마나를 한 번에 모았다.
더욱이 그걸 한 번에 다 뿜어내니 오죽하겠는가?
분명 편법으로 얻은 강함에는 뒤따르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마나폭주라는 심각한 일이라는 사실…….
마나폭주는 분명 심각하다.
생명의 근원을 이루는 한 축인 마나.
그런 마나가 폭주하면, 폭주가 끝나고 남아 있는 마나는 단 한 줌도 없게 된다.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 죽게 된다. 죽지 않더라도 최소한 몸이 약해져 얼마 살지 못하리라.
“어찌!”
이스마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도와야만 했다. 이제 갓 마나를 느끼고 사용하게 된 이욱에게 있어선 큰 고비였다.
하지만.
이스마엘이 도울 수 없었다.
엄연히 자기 힘으로 제어해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
이스마엘은 간절히 하늘을 향해 기도할 뿐이었다.
이욱이 버텨 내기를…….
* * *
폭주한 마나는 미쳐서 날뛰었다.
도저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제어해 보려고 해도 이욱은 몸 내부가 부서지는 고통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이스마엘은 초조했다.
저기서 죽어서는 안 됐다.
그렇다고 자신이 도울 수도 없었다. 저렇게 당장 폭발할 기세의 마나에 괜히 접근했다간 오히려 더 심각한 일을 불러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 크으윽…….”
이욱은 고통의 신음성을 뱉어 냈다.
그때, 이욱의 몸속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콰콰콰콰!
폭주하는 마나!
폭발하면서 이욱의 몸을 누비던 마나는 모든 세포들을 부수고 있었다. 그런데, 세포는 파괴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세포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토토톡!
경악스러운 일이다.
세포가 새롭게 재구성되다니!
허물을 벗듯, 세포는 변하고 있었다.
마치 다른 생명체인 듯. 그렇게.
기막힌 변화였다. 세포 하나하나가, 새롭게 재구성되고 변한다. 새로운 모습이 되는 세포들! 어찌 세포가 새롭게 변한단 말인가?
어떤 연유로 새롭게 재구성될 수 있단 말인가?
세포들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터져 나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가 하면, 곧 아주 작은 점처럼 수축되기도 했다.
그런 세포들의 모양은 무척 특이했다.
아주,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
그렇다. 모래 알갱이와 너무나도 유사한 모양이었다. 마치 모래 입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모래와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던 마나들!
그런 마나들에는 자연 모래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모래가 뿜어내는 아주 미약한 에너지의 흐름을 담고 있었다.
그것이, 이욱의 몸을 변화케 하는 요인이었다.
새롭게 재구성시키는 원인!
단지 모래와 소통하려던 이욱.
이욱은 그 자체가 모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몸을 이루는 세포가 모래 알갱이와 아주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약간의. 한 5% 정도만이 세포와 모래 알갱이를 구별할 뿐이었다.
모래의 기운이.
아주 미세한지라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한, 모래의 에너지의 흐름이 세포에 담겼다. 세포와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변화.
세포의 변화는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
외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그 속은 놀라웠다. 경악스러웠다!
두근……두근……!
박동하는 심장이 변했다.
황금빛의 모래로, 이제는 피가 아닌 금빛의 액체를 뿜어낼 심장으로!
그것은 심장만이 아니었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던 폐도.
소화를 관리하던 위장도.
변했다.
모두 황금빛으로 변했다.
신체를 이루고 있는 뼈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목뼈, 갈비뼈, 몸의 전체를 이루던 척추마저 변해 갔다. 외적과 내적. 그 모든 형성이 모래로 이루어진 존재. 이욱은 그런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크……크어억.”
몸이 새롭게 탄생되는 고통.
그 고통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형용사로든지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
10분.
짧은 시간.
이욱은 극한의 고통을 맛보았다. 그 고통 속을 헤매는 동안 이욱의 몸에는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그 자신도 몰랐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아니, 오히려 내 자신이 살아 있는가.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이욱은 점점 정신을 잃어 갔다. 더 이상, 몸이 버틸 수 없었기에.
“크으윽.”
이욱은 살고자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극도의 고통에, 비명은 새어 나오지 못했다.
부르르!
털썩.
이욱은 그렇게 한차례 경련을 하고, 힘없이 쓰러졌다.
* * *
이욱은 이틀 만에 정신을 차렸다.
갑작스러운 마나폭주에 거의 넋을 놓고 있었다. 허나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마나가 폭주되었든 말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욱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살아 있다는 사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다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를수록 생존 욕구는 너무나도 비대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욱도 그렇다.
정신을 잃어 가는 와중에도 이욱은 살고자 비명을 내지르려 했다. 살고자 발악을 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강한 고통은 그조차도 무력하게 만들었으니…….
마나가 폭주됐을 때를 떠오르면 이욱은 아직도 소름이 돋았다. 온몸의 털이란 털이 모두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위험해.”
이욱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마나란 기운이 이리도 위험할지 몰랐다. 정말 단 한 순간이지 않던가. 챠크라가 한계에 도달하자마자 마나가 폭주를 일으키다니.
폭주기관차마냥 온몸에서 거칠게 난동하던 마나를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조심해야만 했다.
“잠깐…….”
문득 이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의문.
“왜 몸이 가뿐하지?”
몸이 무척이나 가뿐했다. 마나의 폭주로 인해 몸이 최소한 정상은 아니리라. 그런데도 몸은 이상하리만큼 상태가 좋았다. 아니, 최상의 컨디션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무엇보다.
“이상하군.”
이상했다. 몸 상태가 최상이란 점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몸 내부가 변한 느낌이었다. 마치 장기 이식을 한 느낌이랄까.
뭔가 이질적인 느낌.
그리고 자신은 그 이질적인 느낌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말이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황당함에 이욱은 말을 잃고 말았다.
그때, 이스마엘이 방 안으로 덜컥 들어왔다. 안에 들어온 이스마엘은 이틀 만에 깨어난 이욱을 보며 반가운 소리로 물었다.
“드디어 깨어났나?”
“그렇다.”
“쩝……. 괜찮아 보이는군.”
이스마엘은 턱을 긁적였다.
딱딱한 말투로 간략하게 대답하는 이욱의 말에 무안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스승으로서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과연 이욱의 상태가 어떻게 됐냐는 점이다.
언뜻 보니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어제, 이욱의 몸을 살폈던 이스마엘은 긴장을 놓지 않았다. 난생처음 보는 괴현상. 그런 괴현상이 이욱의 몸에서 벌어졌다.
‘내장 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모래가 되다니…….’
이스마엘은 겉으로 담담했지만 경악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내장 기관, 아니 이욱의 몸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모래로 변했단 말인가? 물론 완전한 모래는 아니었으나. 사실상 모래와 같았다.
거의 90퍼센트 이상이 일치했으니까.
사람의 몸이 곧 하나의 자연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건 60년을 살아오며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고, 본 적도 없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너무도 믿기지 않아, 여러 번 확인했다. 수십 번을 확인했다. 그러나 확실했다. 이욱의 내부는 모든 게 모래로 변했다는 점은.
‘미치겠군.’
과연 저것이 약이 되겠는가.
독이 되겠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약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꼭 좋은 쪽만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독이라면? 큰일이다. 벌써 3개월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고작 9개월 후. 하자르가 제안했던 대결이 시작된다. 이스마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심하고 있을 때, 이욱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일이지?”
“……음? 무슨 소린가?”
“내 몸…… 변했다.”
이스마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느낄 수밖에 없는 걸까? 자신의 몸이 변했다는 사실을?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말할 수 있겠는가.
이스마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말해야 하리라.
아직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아내지는 않았지만 말 해야만 했다. 엄연히 그의 신체였으니까. 그가 알 권리는 충분했다.
“이게…… 나도 무슨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스마엘은 결국 입을 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긴 설명을 끝낸 이스마엘은 가만히 이욱을 바라보았다.
“…….”
이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담담했다. 허나 이욱은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맙소사…….’
믿기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라.
정신을 차리고 나니, 네 몸은 모래로 변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놀람을 넘어선 경악. 차마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
‘이 무슨…….’
영화 속에서나 나오던 이야기 아닌가.
방사능에 맞아서 온몸이 모래가 되었다는.
이욱은 바깥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급히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의 몸이 곧 모래다.
하지만 두 눈으로 보이는 모습은 평범했다. 외관은 전과 같았다.
그 내부가 변했다는 말은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밖으로 나온 이욱.
이윽고 이욱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우우웅!
챠크라 일부를 개방했다.
또 한 번, 챠크라는 그 능력을 발휘했다. 모래와의 소통을 다시 시작했다.
놀라운 일은 그때 일어났다.
스스스슥!
모래가.
소통에 답하고 있었다. 그것도 조금의 모래가 아닌.
상당한 양의 모래가.
움직였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이욱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모래가 스윽 하고 움직였다.
이 무슨 현상이란 말인가.
따로 움직여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챠크라를 개방하고 소통했을 뿐이다.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소통에 응답했다.
마치…….
자신을 따르는 듯했다.
권속.
그랬다. 모래는 자신을 따랐다. 물론 엄청난 양의 모래는 아니었다. 그래도 주먹만 한 양의 모래가 자신을 따르고 있었다.
신기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모래도 요동친다.
이 현상이 그저 신기했다.
“하, 하하하!”
이욱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
미소는 더욱 짙어졌고, 이내 커다란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이욱은, 한동안 대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