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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허리를 숙여 그 입술에 놀리듯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더 닿아 있고 싶은 듯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가 매정히 멀어진 탓에 그의 턱에 간신히 닿았다 떨어져 내렸지만. 서운한 표정을 짓는 것이 딱하긴 해도 애태우는 묘미가 더 쏠쏠하다.
대신 손가락으로 작은 진주 같은 알갱이를 불시에 건드리자, 작은 몸이 크게 펄떡였다.
“으응……!”
신음 같은 대답.
그가 다른 손으로 가는 다리를 굳건히 잡고 있는 탓에 허리에 두른 다리가 멀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떨림이 잦아드는 것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럴 때면 목덜미가 간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왜? 날 질투 나게 하려고?”
“응? 질투가 나?! 정말?”
달뜬 얼굴에 순수한 기쁨이 번졌다.
순간 닉은 혀를 깨물었다. 제기랄.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신을 질투하게 하려고 진이 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또 물었는지. 제 만족감을 충족시키고 싶었다 변명하기에는 비열한 짓이었다. 허울 좋은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자신은 썩어 빠진 개자식일 뿐이었다.
화제를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검지에 힘을 주어 아래의 틈을 파고들었다. 제 허리에 감은 다리가 경련하며 조여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비열한 입으로 지껄였다.
“정말 팬티를 백만 번이나 보여 줬으면 색깔마다 다 보여 줬겠네. 내가 본 적 없는 이것도.”
이제 상기된 작은 얼굴에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할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보였다. 그가 매정히 검지를 잡아 빼자, 대번에 애원조로 돌변했지만. 귀여워 미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니, 아니! 교복 스커트 안에는 반바지를 입었어!”
이 비열하고 오만한 놈이 무슨 짓이든 다 해 줄 수밖에 없는 그런 얼굴.
“정말?”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문지르며 주위를 맴돌자,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다시 넣어 주느냐는 물음이었지만, 답을 몰라 묻는 것은 아니었다. 진이 아까 그 질문을 다시 할까 봐 주의를 돌리려고 한 말이었을 뿐.
“응, 응!”
작은 틈으로 파고든 손가락이 대번에 깊이 잠겨 들자, 진의 고개가 젖혀지며 눈동자가 뒤로 넘어갔다. 그 모습에 닉도 점점 차오르는 흥분을 다스렸다.
“그리고 또 뭘 해 줄까?”
“다!”
“다? 어떻게 다?”
“다, 다, 다……!”
진은 그의 유도 심문에 뭔가 요령 있는 대답을 하기에는 이미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였다. 그게 또 마음에 들어 그가 목을 울리며 웃었다. 힘겹게 눈을 뜬 진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대로 놀림받다가는 속도가 아주 부진할 것을 직감한 탓일 터.
허리에 감긴 다리에 단단히 힘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두 손으로 작은 엉덩이를 받쳤다. 그러자 진의 상체가 일으켜지며 작은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마주 다가온 얼굴과 제 얼굴을, 그리고 입술과 입술을 맞대었다. 작고 고른 이를 지나 뜨겁고 달콤한 혀를 가만히 맛보고는 여전히 깊이 희롱하고 있는 아래와 마찬가지로 깊숙이 침범해 들었다.
이제는 그도 참을 수 없어졌다. 더 이상 놀릴 여유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바지 안에 갇힌 아랫도리도 불편했고.
진의 팬티에서 빼낸 손을 내려 짐짓 침착하게 바지 지퍼를 열자, 전혀 침착하지 못한 존재가 튀어나왔다. 그 존재를 받아들여 줄 작은 몸이 바로 제 품에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작은 입술과 혀가 맹목적으로 그의 혀를 핥다가, 입가며 뺨, 귀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니 닉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벤치에 앉자, 꼬마 유령 진이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손에 들리다시피 한 채로 그의 배쯤에 안긴 채였다.
“좋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을, 자신의 곤두선 중심 위로 천천히 내리눌렀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덮고 자는 데 그만인 아주 얇디얇은 이집트산 면 시트 같은 감촉이 제 중심을 감싸며 조여들자, 몸속에서 수천 개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겪을 때마다 매번 머리꼭지가 뒤흔들릴 만큼 격렬한 감각이었다. 허리 아래의 육체적인 것만이 아닌 분명 허리 위쪽 어딘가와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일테면 아까 죄책감을 느끼던 가슴 같은 것.
언젠가 이 환장할 것 같은 갈증이 좀 해소되고 난 뒤에는 그 현상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 볼 수 있을 터였다.
오늘은 더닝튼 성에서 소녀들을 위한 댄스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파티에 초대되는 17세에서 20세 사이의 소녀들은 더닝튼은 물론 런던까지 아우르는 귀족가에서 엄선된 영애들이었다.
이 파티를 위해 소녀들은 몇 개월 전부터 미용, 드레스, 춤 등 파티 참가 준비를 한다.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파티에 참석한 사교계 명사들에게 자신을 소개함과 동시에 마음에 드는 남편을 찾기 위해서라고, 진의 반 친구 로라가 말했다.
귀족은 아니지만, 귀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그 애는, 아직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남편 사냥꾼으로 나서는 소녀들을 비웃었다.
그렇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처럼 더닝튼 성에 사는 진에게 파티를 보고 나서 나중에 파티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을 보면 비웃으면서도 동경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듯했다. 옛날보다 귀족에 대한 개념이 엷어진 오늘날이지만, 귀족 사회에 대한 평민의 호기심일 수도 있고.
그 부탁에 미안하지만, 진은 고개를 저었다. 성 안 살림의 총책임자인 에밀리 에반스에게 입양된 동양 여자애는, 하다못해 음료를 서브하는 허드렛일로도 파티장에 들어갈 수 없었으니 말이다.
정원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 허용되는 행동은 아니었다. 심지어 에밀리는 바쁜 와중에도 고용인들의 거처가 있는 4층까지 올라와 그녀가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나가기까지 했으니까. 말 잘 듣는 딸이 되어 볼까도 했지만, 역시나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얼마 못 가서,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도둑고양이 같은 발걸음으로 하인들이 쓰는 뒤쪽 계단을 내려와 집 밖으로 빠져나왔고, 파티 장소인 1층의 너른 홀이 들여다보일 만한 곳에 와 기웃대고 있던 참이었다.
이렇게 밖에서 파티장 안을 기웃대는 것만으로도 학교에 가서 떠벌릴 내용은 많았지만, 진 스스로가 여자애들 드레스가 어떤지 귀족들은 춤의 스텝을 얼마나 우아하게 밟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녀는 실크와 보석으로 휘감은 가슴 커다란 여자애들이 득시글거리는 속에서 닉을 지키기 위해 면 잠옷 차림이지만 하이에나처럼 눈을 번득이느라 바빴다.
하지만 닉에게 들킬 생각까지는 없었다. 샹들리에 아래에서 반짝이는 귀족 소녀들에 비하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한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검은 턱시도와 눈부시게 흰 셔츠 차림의 닉을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가 시선을 들기 전에 때맞춰 고개를 숙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무심히 들었던 시선이 가늘어지며 초점을 맞춰 오자 후다닥 돌아서 내뺐지만 잠시 후 회랑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는 그의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잡히지 않아야 나중에 발뺌이라도 할 수 있을 듯싶어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뛰어서는 오랑주리까지 숨어들었는데도 결국 발각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밤은 이렇게 닉 가까이에 갈 수 있을 줄 몰랐으니까. 화려하게 꾸민 그 어떤 귀족 여자애보다도 훨씬 더.
“좋아?”
진은 그에게 입 맞출 때마다 묻곤 했다. 닉은 키스가 좋으냐는 말로 알아들을 테지만, 그녀는 그의 끄덕임을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로 받아들였고 그것을 몇 년 동안 차곡차곡 제 가슴에 쌓아 두었다.
물론 닉의 대답이 건성일 수는 있다. 뭐, 키스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의 몸속을 파고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겉으로는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볼륨감이 없이 빼빼 마른 몸이지만 안쪽은 그다지 차이가 없는 건가?
하여간에 정말로 다행이었다.
2. 못된 짓
동양인과 서양인의 발육은 확실히 달랐다. 같은 학년의 여자아이들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성인처럼 가슴이 커다랬고 엉덩이도 빵빵했으니까.
그에 비해 자신의 엉덩이는 일곱 살 적 그대로인 것 같았다. 가슴은 지난봄에 초경을 치른 뒤 조금 봉긋해지긴 했지만. 그래 봤자 몇 달 사이 커지면 얼마나 커졌겠는가. 그나마도 만지면 만질수록 커진다는 로라의 말에 매일 꼬집고 주물러서 조금이나마 커진 것 같다. 그래도 같은 학년 애들에 비하면 두 살 많은 게 아니라, 열두 살쯤 어리다고 해도 될 정도로 여전히 밋밋해서 밥맛이 떨어질 정도였지만.
그런 납작한 가슴을 닉의 입술이 다급하게 빨아들였다. 가슴이 부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짜릿한 느낌이니 나중에 빅토리아나 로라만큼 가슴이 부풀고 나면 얼마나 더 좋아지는 거지? 그때에도…… 닉이 이렇게 해 준다면 좋겠는데. 그래 준다면 지금만큼 짜릿하지 않아도 마냥 좋을 텐데.
“그렇지, 닉?”
“음?”
다른 쪽 가슴까지 번갈아 빨아들이던 그가 잠시 입을 떼고 올려다보는데, 그가 내놓은 가슴에 알싸한 느낌이 지나갔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처럼 불그스름한 잇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늘 갖는 생각이었지만, 문신처럼 그대로 남아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자국이.
진이 떨리는 미소를 지어 보이자, 닉의 입술이 올라와 그 입술을 덮었다.
사랑해, 닉.
비록 단 한 번도 말해 본 적 없었지만, 가슴속으로는 수없이 한 말이었다. 정말 많이 사랑하니까.
이어 닉이 제 몸을 가르고 들어오자, 몸속에 그를 위한 공간을 내어 주기 위해 폐까지 쪼그라드는지 숨이 절로 차올랐다.
할딱이며 숨을 가다듬자, 그녀가 버거워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닉이 그녀를 조금 내려놓았다. 엉덩이를 쥔 손에서는 여전히 힘이 빠지지 않은 채로 그의 것을 이제 끄트머리 정도만 머금은 상태였다. 숨 쉬는 것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가까스로 아닌 척을 했다. 닉과 가까운 것이 좋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닉의 목을 두른 팔에 힘을 주며 재촉했지만, 그는 여전히 죽고 싶을 만큼 느리게 움직였다. 그래도 오늘은 삽입이라도 빨랐으니 다행인 건가? 처음처럼 그가 언제든 그만둘까 봐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으니까?
아니, 곧 파티로 돌아가려는 것일지 모르니 다행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닉을 파티장에서 떼어 놓으려면 평소처럼 재촉하는 대신 오히려 시간을 끌어야 하는 것이다.
그가 서둘러 돌아가겠다고 하면 말려서도 안 된다. 집착하는 걸로 보일 수 있으니. 그를 미래의 남편감으로 점찍으려고 혈안이 된 여자애들을 경계하던 것도 들키면 안 되는 거였는데. 뭐 이왕 닉을 이렇게 나오게 함으로써 여자애들로부터 잠시라도 떼어 놨으니 목적의 반은 성공한 셈이긴 하지만.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내일 밤, 그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면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를 얼굴이나 한 번이라도 더 봐 두어야겠다.
자신이 휘황찬란한 성의 불빛 속에서 닉에게 손을 내밀고 춤을 출 수 있는 귀족 가문의 아가씨는 아니지만, 그 빛 속에서 파티의 가장 멋진 남편감이라는 니콜라스 웨즐리, 더닝튼 후작을 이렇게라도 몰래 차지할 수 있으니 기적 같은 일 아닌가.
그래서 진은 바람이 불 리 없는 오랑주리 안에서 어쩐지 제 가슴에 벌써부터 한겨울 바람 소리가 들리는 착각 따위 서둘러 내던져 버리고 고매하신 더닝튼 후작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눈을 깜박여 초점을 맞추니 그 또한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제 몸속에 이는 묵직한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이자, 그가 입 모양으로 물었다. ‘왜?’ 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허리를 숙여 그 입술에 놀리듯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더 닿아 있고 싶은 듯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가 매정히 멀어진 탓에 그의 턱에 간신히 닿았다 떨어져 내렸지만. 서운한 표정을 짓는 것이 딱하긴 해도 애태우는 묘미가 더 쏠쏠하다.
대신 손가락으로 작은 진주 같은 알갱이를 불시에 건드리자, 작은 몸이 크게 펄떡였다.
“으응……!”
신음 같은 대답.
그가 다른 손으로 가는 다리를 굳건히 잡고 있는 탓에 허리에 두른 다리가 멀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떨림이 잦아드는 것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럴 때면 목덜미가 간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왜? 날 질투 나게 하려고?”
“응? 질투가 나?! 정말?”
달뜬 얼굴에 순수한 기쁨이 번졌다.
순간 닉은 혀를 깨물었다. 제기랄.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신을 질투하게 하려고 진이 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또 물었는지. 제 만족감을 충족시키고 싶었다 변명하기에는 비열한 짓이었다. 허울 좋은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자신은 썩어 빠진 개자식일 뿐이었다.
화제를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검지에 힘을 주어 아래의 틈을 파고들었다. 제 허리에 감은 다리가 경련하며 조여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비열한 입으로 지껄였다.
“정말 팬티를 백만 번이나 보여 줬으면 색깔마다 다 보여 줬겠네. 내가 본 적 없는 이것도.”
이제 상기된 작은 얼굴에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할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보였다. 그가 매정히 검지를 잡아 빼자, 대번에 애원조로 돌변했지만. 귀여워 미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니, 아니! 교복 스커트 안에는 반바지를 입었어!”
이 비열하고 오만한 놈이 무슨 짓이든 다 해 줄 수밖에 없는 그런 얼굴.
“정말?”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문지르며 주위를 맴돌자,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다시 넣어 주느냐는 물음이었지만, 답을 몰라 묻는 것은 아니었다. 진이 아까 그 질문을 다시 할까 봐 주의를 돌리려고 한 말이었을 뿐.
“응, 응!”
작은 틈으로 파고든 손가락이 대번에 깊이 잠겨 들자, 진의 고개가 젖혀지며 눈동자가 뒤로 넘어갔다. 그 모습에 닉도 점점 차오르는 흥분을 다스렸다.
“그리고 또 뭘 해 줄까?”
“다!”
“다? 어떻게 다?”
“다, 다, 다……!”
진은 그의 유도 심문에 뭔가 요령 있는 대답을 하기에는 이미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였다. 그게 또 마음에 들어 그가 목을 울리며 웃었다. 힘겹게 눈을 뜬 진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대로 놀림받다가는 속도가 아주 부진할 것을 직감한 탓일 터.
허리에 감긴 다리에 단단히 힘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두 손으로 작은 엉덩이를 받쳤다. 그러자 진의 상체가 일으켜지며 작은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마주 다가온 얼굴과 제 얼굴을, 그리고 입술과 입술을 맞대었다. 작고 고른 이를 지나 뜨겁고 달콤한 혀를 가만히 맛보고는 여전히 깊이 희롱하고 있는 아래와 마찬가지로 깊숙이 침범해 들었다.
이제는 그도 참을 수 없어졌다. 더 이상 놀릴 여유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바지 안에 갇힌 아랫도리도 불편했고.
진의 팬티에서 빼낸 손을 내려 짐짓 침착하게 바지 지퍼를 열자, 전혀 침착하지 못한 존재가 튀어나왔다. 그 존재를 받아들여 줄 작은 몸이 바로 제 품에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작은 입술과 혀가 맹목적으로 그의 혀를 핥다가, 입가며 뺨, 귀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니 닉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벤치에 앉자, 꼬마 유령 진이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손에 들리다시피 한 채로 그의 배쯤에 안긴 채였다.
“좋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을, 자신의 곤두선 중심 위로 천천히 내리눌렀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덮고 자는 데 그만인 아주 얇디얇은 이집트산 면 시트 같은 감촉이 제 중심을 감싸며 조여들자, 몸속에서 수천 개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겪을 때마다 매번 머리꼭지가 뒤흔들릴 만큼 격렬한 감각이었다. 허리 아래의 육체적인 것만이 아닌 분명 허리 위쪽 어딘가와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일테면 아까 죄책감을 느끼던 가슴 같은 것.
언젠가 이 환장할 것 같은 갈증이 좀 해소되고 난 뒤에는 그 현상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 볼 수 있을 터였다.
오늘은 더닝튼 성에서 소녀들을 위한 댄스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파티에 초대되는 17세에서 20세 사이의 소녀들은 더닝튼은 물론 런던까지 아우르는 귀족가에서 엄선된 영애들이었다.
이 파티를 위해 소녀들은 몇 개월 전부터 미용, 드레스, 춤 등 파티 참가 준비를 한다.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파티에 참석한 사교계 명사들에게 자신을 소개함과 동시에 마음에 드는 남편을 찾기 위해서라고, 진의 반 친구 로라가 말했다.
귀족은 아니지만, 귀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그 애는, 아직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남편 사냥꾼으로 나서는 소녀들을 비웃었다.
그렇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처럼 더닝튼 성에 사는 진에게 파티를 보고 나서 나중에 파티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을 보면 비웃으면서도 동경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듯했다. 옛날보다 귀족에 대한 개념이 엷어진 오늘날이지만, 귀족 사회에 대한 평민의 호기심일 수도 있고.
그 부탁에 미안하지만, 진은 고개를 저었다. 성 안 살림의 총책임자인 에밀리 에반스에게 입양된 동양 여자애는, 하다못해 음료를 서브하는 허드렛일로도 파티장에 들어갈 수 없었으니 말이다.
정원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 허용되는 행동은 아니었다. 심지어 에밀리는 바쁜 와중에도 고용인들의 거처가 있는 4층까지 올라와 그녀가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나가기까지 했으니까. 말 잘 듣는 딸이 되어 볼까도 했지만, 역시나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얼마 못 가서,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도둑고양이 같은 발걸음으로 하인들이 쓰는 뒤쪽 계단을 내려와 집 밖으로 빠져나왔고, 파티 장소인 1층의 너른 홀이 들여다보일 만한 곳에 와 기웃대고 있던 참이었다.
이렇게 밖에서 파티장 안을 기웃대는 것만으로도 학교에 가서 떠벌릴 내용은 많았지만, 진 스스로가 여자애들 드레스가 어떤지 귀족들은 춤의 스텝을 얼마나 우아하게 밟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녀는 실크와 보석으로 휘감은 가슴 커다란 여자애들이 득시글거리는 속에서 닉을 지키기 위해 면 잠옷 차림이지만 하이에나처럼 눈을 번득이느라 바빴다.
하지만 닉에게 들킬 생각까지는 없었다. 샹들리에 아래에서 반짝이는 귀족 소녀들에 비하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한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검은 턱시도와 눈부시게 흰 셔츠 차림의 닉을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가 시선을 들기 전에 때맞춰 고개를 숙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무심히 들었던 시선이 가늘어지며 초점을 맞춰 오자 후다닥 돌아서 내뺐지만 잠시 후 회랑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는 그의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잡히지 않아야 나중에 발뺌이라도 할 수 있을 듯싶어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뛰어서는 오랑주리까지 숨어들었는데도 결국 발각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밤은 이렇게 닉 가까이에 갈 수 있을 줄 몰랐으니까. 화려하게 꾸민 그 어떤 귀족 여자애보다도 훨씬 더.
“좋아?”
진은 그에게 입 맞출 때마다 묻곤 했다. 닉은 키스가 좋으냐는 말로 알아들을 테지만, 그녀는 그의 끄덕임을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로 받아들였고 그것을 몇 년 동안 차곡차곡 제 가슴에 쌓아 두었다.
물론 닉의 대답이 건성일 수는 있다. 뭐, 키스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의 몸속을 파고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겉으로는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볼륨감이 없이 빼빼 마른 몸이지만 안쪽은 그다지 차이가 없는 건가?
하여간에 정말로 다행이었다.
2. 못된 짓
동양인과 서양인의 발육은 확실히 달랐다. 같은 학년의 여자아이들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성인처럼 가슴이 커다랬고 엉덩이도 빵빵했으니까.
그에 비해 자신의 엉덩이는 일곱 살 적 그대로인 것 같았다. 가슴은 지난봄에 초경을 치른 뒤 조금 봉긋해지긴 했지만. 그래 봤자 몇 달 사이 커지면 얼마나 커졌겠는가. 그나마도 만지면 만질수록 커진다는 로라의 말에 매일 꼬집고 주물러서 조금이나마 커진 것 같다. 그래도 같은 학년 애들에 비하면 두 살 많은 게 아니라, 열두 살쯤 어리다고 해도 될 정도로 여전히 밋밋해서 밥맛이 떨어질 정도였지만.
그런 납작한 가슴을 닉의 입술이 다급하게 빨아들였다. 가슴이 부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짜릿한 느낌이니 나중에 빅토리아나 로라만큼 가슴이 부풀고 나면 얼마나 더 좋아지는 거지? 그때에도…… 닉이 이렇게 해 준다면 좋겠는데. 그래 준다면 지금만큼 짜릿하지 않아도 마냥 좋을 텐데.
“그렇지, 닉?”
“음?”
다른 쪽 가슴까지 번갈아 빨아들이던 그가 잠시 입을 떼고 올려다보는데, 그가 내놓은 가슴에 알싸한 느낌이 지나갔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평소처럼 불그스름한 잇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늘 갖는 생각이었지만, 문신처럼 그대로 남아 영원히 지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자국이.
진이 떨리는 미소를 지어 보이자, 닉의 입술이 올라와 그 입술을 덮었다.
사랑해, 닉.
비록 단 한 번도 말해 본 적 없었지만, 가슴속으로는 수없이 한 말이었다. 정말 많이 사랑하니까.
이어 닉이 제 몸을 가르고 들어오자, 몸속에 그를 위한 공간을 내어 주기 위해 폐까지 쪼그라드는지 숨이 절로 차올랐다.
할딱이며 숨을 가다듬자, 그녀가 버거워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닉이 그녀를 조금 내려놓았다. 엉덩이를 쥔 손에서는 여전히 힘이 빠지지 않은 채로 그의 것을 이제 끄트머리 정도만 머금은 상태였다. 숨 쉬는 것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가까스로 아닌 척을 했다. 닉과 가까운 것이 좋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닉의 목을 두른 팔에 힘을 주며 재촉했지만, 그는 여전히 죽고 싶을 만큼 느리게 움직였다. 그래도 오늘은 삽입이라도 빨랐으니 다행인 건가? 처음처럼 그가 언제든 그만둘까 봐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으니까?
아니, 곧 파티로 돌아가려는 것일지 모르니 다행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닉을 파티장에서 떼어 놓으려면 평소처럼 재촉하는 대신 오히려 시간을 끌어야 하는 것이다.
그가 서둘러 돌아가겠다고 하면 말려서도 안 된다. 집착하는 걸로 보일 수 있으니. 그를 미래의 남편감으로 점찍으려고 혈안이 된 여자애들을 경계하던 것도 들키면 안 되는 거였는데. 뭐 이왕 닉을 이렇게 나오게 함으로써 여자애들로부터 잠시라도 떼어 놨으니 목적의 반은 성공한 셈이긴 하지만.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내일 밤, 그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면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를 얼굴이나 한 번이라도 더 봐 두어야겠다.
자신이 휘황찬란한 성의 불빛 속에서 닉에게 손을 내밀고 춤을 출 수 있는 귀족 가문의 아가씨는 아니지만, 그 빛 속에서 파티의 가장 멋진 남편감이라는 니콜라스 웨즐리, 더닝튼 후작을 이렇게라도 몰래 차지할 수 있으니 기적 같은 일 아닌가.
그래서 진은 바람이 불 리 없는 오랑주리 안에서 어쩐지 제 가슴에 벌써부터 한겨울 바람 소리가 들리는 착각 따위 서둘러 내던져 버리고 고매하신 더닝튼 후작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눈을 깜박여 초점을 맞추니 그 또한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제 몸속에 이는 묵직한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이자, 그가 입 모양으로 물었다. ‘왜?’ 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